[리스트 뉴스] 오덕플레인, 맨스플레인이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오타쿠(마니아)식 설명,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배설하는 장황한 설명 혹은 지적질을 의미한다. 채도는 다르지만 자신의 지적, 경험상 우월성을 타인에게 과시하고픈 욕망,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것들’에게 가르치려 들려는 본능에선 동일하다. 꼰대질이다. 꼰대계도 요즘은 나이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30~40대라고 꼰대 비난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당신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꼰대는 아닌가?

 

 

 

#1. 빈번한 회의 소집, 마라톤 회의

얼마 전, 회사의 50대 초반 국장이 20~30대 젊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의 겸 교육하는 걸 살짝 지켜본 적이 있었다. 화이트보드를 채워가며 입에 침을 튀면서 설명하는 그의 얼굴엔 나르시즘이 일렁였다. 일순 소름이 돋았다. “내가 미생들을 계도하고 있어” “내 지식은 내가 생각해도 어마무시하게 많아” “난 훌륭한 상사이자 인생 선배야”. 말풍선이 그 분의 머리 위로 둥둥 떠다녔다.

평소 회의를 좋아하는 이 국장은 한번 하면 1~2시간이 기본이다. 한 직원을 대상으로 함께 점심 식사한 것까지 포함, 8시간 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 그 여직원은 그날 술이 아닌 말로 떡실신했다.

아무튼 하루에 최소 3~4회는 회의 주재를 해야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는 이 국장으로 인해 직원들은 죽어난다. 이날 그의 맞은편에 앉은 직원들 일부는 티 나지 않게 꾸벅꾸벅 졸고, 일부는 휴대전화에 메모하는 척 서핑, 또 몇몇은 노트에 영혼 없는 받아쓰기를 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이라면 “회의 많이 하는 회사치고 잘 되는 회사 없다”란 말 수시로 한다. 물론 업무 특성상,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생산적으로 이뤄진다면 OK! 회의란 게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 부서의 중요 결정을 내리는 테이블이다. 권위주의나 엄숙함이 지배하는 테이블에선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수시로 취합할 수 있다. 카톡, 메신저, 오고 가면서, 함께 식사하면서 등등.

이럴 경우 중요한 결정은 긴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2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논쟁이 이뤄진다면 더 걸릴 수 있겠으나 아무리 양보해도 1시간 이상이 된다면 그건 회의가 아니라 주재자의 수다일 따름이다. 동어반복에 중언부언, 자기 자랑, 넋두리의 장으로 전락한다.

 

왜 나이(혹은 경험) 많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솔루션이 최상이라고 확신할까. 경험은 비록 적으나 젊은 세대의 솔루션이 더 효과적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젊지 않더라도 타 부서, 타 직종 사람들의 평가가 최적의 솔루션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치, 지식, 노하우가 최선이라 믿고 심지어 강요하는 이들, 꼰대 맞다.

영화 ‘인턴’의 70세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에게 관객이 환호하는 이유는 막내 딸뻘인 30세의 젊은 CEO를 앞에 두고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다. 귀를 열고 열심히 들어준다. 어려움을 하소연할 즈음에야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줄 뿐이다. ‘인턴’ 속 직장 그리고 어르신 벤은 ‘헬조선’ 직장인에겐 정녕 판타지인 것인가.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