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가 세계 영화계에서 초강세인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중국 파워에 뒤안으로 밀려난 듯 보였던 일본영화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올 여름, 특유의 아련한 스토리와 감수성 넘치는 화면, 절제된 이야기를 장착한 '메이드 인 재팬' 필름 5편이 속속 국내 극장가를 파고든다.

 

1. 백엔의 사랑

서른두 살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대학 졸업 후 백수 상태로 부모에게 얹혀 살며 연애도 못해본 N포 세대다. 어느 날 자신을 무시하는 여동생과 대판 싸운 후 홧김에 독립을 선언한 그녀. 매일 단골로 찾아가는 백엔샵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최저시급에 점장은 우울증에 걸려있고, 심지어 동료는 변태. 꼬여도 제대로 꼬인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지난 16일 개봉한 ‘백엔의 사랑’은 은둔형, 니트족, 캥거루족 등 현재 일본 청년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소묘한다. 이는 우리나라 청년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이치코가 품는 “한 번만 이기고 싶다”는 열망은 비슷한 처지의 청춘들에게 격한 공감과 응원을 선물한다. 러닝타임 1시간 53분. 청소년 관람불가.

 

2. 환상의 빛

유미코(에스미 마키코)는 동네에서 함께 자란 이쿠오(아사노 타다노부)와 결혼 후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며 소소한 행복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이쿠오가 자살하며 유미코의 일상은 산산히 부서진다. 세월이 흘러 무뎌진 상처를 안고 재혼하게 된 유미코는 이쿠오의 기억으로 괴로워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걸어도 걸어도’로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이 20년 만에 첫 국내 개봉한다. 죽은 남편의 그림자를 지고 살아가는 유미코를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표현해낸 에스미 마키코의 부서질듯 가슴 아린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러닝타임 1시간 49분. 15세 관람가. 7월 7일 개봉.

 

3. 잔예-살아서는 안되는 방

독자에게 받은 사연들로 괴담 잡지에 단편 소설을 기고하는 사(다케우치 유코)는 어느날 쿠보(하시모토 아이)라는 여대생에게 ‘새로 이사온 집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린다’는 편지를 받는다. 나는 과거에 같은 아파트에서 비슷한 사연을 받았던 걸 발견하고, 아파트를 둘러싼 괴담을 하나씩 추적해나간다. 하지만 괴담의 근원을 파헤칠수록 그녀의 일상은 조금씩 섬뜩한 공포로 물들어 가는데...

일본 공포 소설의 대가 오노 후유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잔예’는 소설 기반의 탄탄한 스토리를 강점으로, 서스펜스의 재인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들어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일본을 대표하는 신구 여배우의 만남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닝타임 1시간 40분. 15세 관람가. 7월 7일 개봉.

 

4. 사다코 대 카야코

우연히 낡은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한 나츠미(사츠카와 아이미)는 소름끼치는 공포에 직면한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유리(아마모토 미즈키)는 퇴마사의 말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의문의 집으로 향하는데...

저주받은 비디오를 뚫고 나오는 ‘링’의 원혼 사다코와 죽음의 집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주온’의 카야코의 대결! 일본 호러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만큼 영화는 오리지널 스토리에 색다름을 가미해 더 치밀해진 플롯을 예고했다. 최근 콜라보레이션 열풍에 가세한 ‘사다코 대 카야코’를 향한 시네필의 기대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러닝타임 1시간 38분. 7월 14일 개봉.

 

5.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가고’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채 사설탐정으로 살아가는 한물 간 소설가 료타(아베 히로시)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의 가치를 깨달으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작품으로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부상한 가족드라마의 최강자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자신의 주특기를 살린 가족드라마로 극장을 찾는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 아베 히로시, 키키 키린과 함께해 익숙하면서 섬세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러닝타임 1시간 57분. 7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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