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컵을 던지는 등 ‘갑질’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논란인 가운데, 대한항공의 3개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 새 노동조합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조 전무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현민 전무 [사진=연합뉴스]

조 전무의 사과문이 담긴 이메일이 전달된 직후, 대한항공 3개 노조는 '대한항공 경영층 갑질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목소리로 작금의 사태에 심히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라고 운을 뗀 3개 노조는 "연일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속보가 끊이지 않는 경영층의 갑질 논란과 회사 명칭회수에 대한 국민청원 속에, 일선 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해 온 2만여 직원들조차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이어 "나아가 6만 가족들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한 3개 노조는 조현민 전무의 경영일선 즉각 사퇴와 국민들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 대한 조 전무의 진심 어린 사과, 경영층의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조 전무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조양호 일가에 대해 과연 국적기 명예를 부여하는 게 마땅한지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며 "재벌가 자녀의 갑질이 또 다시 벌어졌다. 재벌 2·3세가 벌인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반복되는 재벌 2·3세의 갑질은 공분과 재벌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금수저로 태어난 덕에 경영능력과 윤리의식이 부족해도 경영권에 무임승차하는 일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감 대신 천박함으로 일관하면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분명한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는 전부 물의를 일으켰다. 조현민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폭언은 일상사였고, 갑질 이상의 폭력"이라며 "금수저 본인은 일에 대한 의욕이라 했지만,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긍지와 인생에 대한 자부심 따위는 그가 집어던진 물병만도 못한 것이었다"고 지적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게 아니라면, 대한항공과 조 전무는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경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땅콩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부사장처럼 조현민 전무도 몇 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하고,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길은, 조 씨 형제들이 대한항공과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국민들은 대한항공이라는 기업명을 회수하고, 태극마크를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청원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이 대표는 "나라의 이름에 먹칠하고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훼손시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행위를 반성한다면, 대한항공은 조씨 형제의 경영퇴진이라는 근본적 쇄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대한항공 3개 노동조합의 성명서 전문이다. 

대한항공 경영층 갑질논란에 대한 성명서'

대한항공 3개 노동조합은 한목소리로 작금의 사태에 심히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연일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속보가 끊이지 않는 경영층의 갑질 논란과 회사 명칭회수에 대한 국민청원 속에, 일선 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해 온 2만여 직원들조차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6만 가족들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2017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우리 직원들은 2015년 1.9%, 2016년 3.2%에 불과한 임금상승과 LCC보다도 못한 성과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직원들은 창사 이래 세계의 하늘을 개척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고객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왜? 그것이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는 길이라 믿으며, 언제 어디서나 '대~한민국'이라는 구호 하나만으로도 하나가 되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들이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동으로 무너져 버렸다. 왜 우리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가! 왜 우리 직원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맞아야 하는가! 2만여 대한항공 직원은 '대한항공' 회사 명칭의 지속 사용을 간절히 희망한다. 또한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동에 형용할 수 없는 유감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논란의 중심이 된 조현민 전무는 경영일선에서 즉각 사퇴하라.
1. 조현민 전무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에게도 진심어린 사과하라.
1. 경영층은 추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대한항공노동조합 위원장 최대영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 김성기  
대한항공조종사 새 노동조합 위원장 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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