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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촉법소년∙몰카 범죄…우리가 눈감아 버린 현실 ‘나를 기억해’

고구마 천 개를 먹었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영화 ‘나를 기억해’(이한욱 감독)는 일상 속에 내재돼 있는 불편한 현실을 스릴러로 구축했다. 아직 봉합되지 않은 사회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침묵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역시 공범이 아니었는지 묻고 있다.
 


주연배우 이유영과 김희원은 러닝타임 내내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이유영은 성범죄의 피해자 한서린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현실을 인내 하면서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 속 사건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김희원은 한서린을 도와 범인을 쫓는 전직 형사 오국철 역을 맡았다. 모처럼 악역을 벗어난 김희원은 닳을만큼 닳아 적당히 때묻은 현실 아재를 연기한다. 진지함 일색인 전직 형사 대신 일상성과 맞닿아 있는 캐릭터 구축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교사 한서린(이유영 분)은 학생이 결혼을 축하한다며 건넨 음료를 마시고 그대로 교무실에 앉아 잠이 든다. 이튿날 그녀의 휴대폰으로 날아든 메시지에는 셔츠가 풀어 헤어진 채 속옷을 드러내고 있는 본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평범한 일상 속으로 불쑥 찾아든 불행은 한서린의 모든 것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이른 바 ‘마스터’라고 자칭하는 범인은 그녀의 사진을 인터넷과 지인들에게 유포 하겠다고 협박한다. 얼굴 없는 범인에 대한 공포는 한서린을 무기력한 상태로 몰고간다.
 


한서린은 이미 10년 전 동일한 패턴의 사건에 당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두 번의 동일 수법 범죄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한서린이 저항에 대한 의지를 갖게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제자 양세정(오하늬 분). 이 지독한 범죄가 제자의 인생마저 집어삼키는 일을 막기위해 한서린은 오국철(김희원 분)에 도움을 청하고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나를 기억해’는 다수의 평화(?)를 위해 혹은 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외면해온 부조리한 사회의 민낯을 보여 준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답답한 감정들이 몰려온다.
 


연출자가 의도 했든 하지 않았든 영화는 자연스럽게 몇가지 사건이 연상하게 만든다. 몰카 범죄, 소라넷, 촉법소년. 그리고 자극적인 이슈에 집착하는 언론과 성범죄를 바라보는 뒤틀린 인식을 꼬집고 있다. 무엇보다 혹은 ‘나’를 숨기고,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시의성 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의식한 탓인지 어느 순간 길을 잃어버린다. 스포일러가 될까 반전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초반 강렬하게 이어지던 극의 연결고리가 툭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유영과 김희원이라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우지 못할 개연성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계산기부터 두드릴 수밖에 없는 상업 영화시장에 용기있게 젠더 이슈를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한욱 감독. 개봉 19일. 러닝타임 101분. 청소년관람불가.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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