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렇지. 프리퀄까지 내놓으며 "우린 다르다" 외치는 것 같으나, 결국 그동안 봐왔던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결이다.

사진=펑키스튜디오
사진=펑키스튜디오

지난 28일 첫 선을 보인 MBC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은 공개되기 전에 수많은 홍보문구들이 따라다녔다. 월드투어 제안을 받았다, OTT와 협업 제안을 받았다, 지원자 수가 폭주하는 바람에 4차례 걸쳐 서류 심사를 진행했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수 론칭해 성공한 한동철 PD와 손잡았다 등등.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데 홍보는 계속되고 있으니,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바람만 넣는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볼 수 없었던 형태도 있긴 했다. '방과후 설렘'은 이례적으로 프리퀄인 '등교후 망설임'을 내놓으며 연습생들의 단체 훈련 과정을 공개해 프로그램 및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을 유발했다. 여기에 오은영 박사가 참가자들과 대면 상담하며 멘탈 케어에 힘쓰는 등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진=MBC '방과후 설렘 프리퀄-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 캡처
사진=MBC '방과후 설렘 프리퀄-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 캡처

물론 '방과후 설렘'만의 차별점은 여기까지였다. 첫방송부터는 그동안 풍겼던 순한 맛을 싹 지워버리고 매운 맛으로 180도 급전환됐다. 참가자 83명이 어떻게 선정됐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첫 관문인 입학시험을 진행했다. 

입학시험 진행방식은 다른 오디션에서 봐왔던 익숙한 매운맛. 닫힌 무대에서 언택트 평가단 75% 이상 평가를 받아야 무대 앞으로 진출하고, 담임선생님 4인 중 3표 이상 받아야 입학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규칙의 허점이 첫 방송 때부터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4학년인 강은우, 송예림은 각각 노래짱, 춤짱으로 참가자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언택트 평가단으로부터 40% 평가를 받는 데 그치며 담임선생님 4인을 만나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뒤이어 등장한 2학년 김예서, 김서진 참가자는 음치, 박치로 심각한 무대를 보였다. 그런데 언택트 평가단은 이들을 선택했고, 이 광경을 지켜본 합격 참가자들의 표정은 황당해보였다.  

사진=MBC '방과후 설렘' 캡처
사진=MBC '방과후 설렘' 캡처

이를 본 (여자)아이들 소연은 "언텍트 평가단 분들이 소리가 안 들렸나 생각했다. 오늘 본 모든 무대 중에 화도 안날 정도로 최악"이라며 일갈했다. 아이키는 김예서, 김서진의 무대를 보고 "영상 조회수 높겠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방과후 설렘'은 노래짱, 댄스짱으로 구성됐지만 1차 탈락한 참가자들의 무대 다음 음치, 박치에 가까운 2인의 무대를 보여줬다. 언택트 평가단은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선택해줬다. 이들의 1차 합격에 합격 연습생들은 황당해하기도 했다. 멘토 아이키는 "영상 조회수 높겠다"며 웃었고 소연은 "화도 안나는 최악의 무대"라고 평가했다. 아이키의 예측대로 해당 클립 영상은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확히 짚고 가자면, 언택트 평가단의 자질을 논하기보단 실력 대신 화제성을 우선시한 제작진의 문제다. 첫 화부터 '방과후 설렘'은 데뷔조에 들 수 있는 실력자들이 매력을 제대로 어필할 기회를 잡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탈락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보여준 꼴이 아닌가. 언택트 평가단 제도 도입도 결국 제작진이 선택한 것이다. 

또 입학시험을 치르는 참가자들의 합격여부를 참가자 가족들이 지켜보게 만드는 상황도 불편했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좌절하는 참가자들과 이를 라이브로 지켜보는 부모 모두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에도 이를 오락거리로 전락시켰다. 프리퀄에서 오은영 박사의 진심 어린 상담이 헛수고가 될 지경이다.  

사진=MBC '방과후 설렘' 캡처
사진=MBC '방과후 설렘' 캡처

최근 MBC가 내놓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결과물은 대부분 안습했다. 이 징크스를 깨고자 '방과후 설렘' 카드를 뽑아들었으나, 솔직히 말해 일요일 오후 9시대를 책임지던 '선을 넘는 녀석들: 마스터 X'를 수요일 시간대로 변경할 만한 수준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150분 특별편성한 '방과후 설렘'의 첫방 시청률은 1.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그쳤다. 동시간대 쟁쟁한 프로그램들이 전파를 타고 있기에 상승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더 걱정스러운 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오디션 예능 출신 데뷔조 그룹의 성공가능성이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붐이 일어났을 때와 달리 현재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미 식어버린 상태. '방과후 설렘'보다 먼저 종영한 SBS '라우드'나 Mnet '걸스플래닛999' 데뷔 그룹에 대해 대중 상당수가 아직 잘 모르는 실정이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뗀 상황이니 함부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옛 속담처럼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걸그룹을 키워내겠다는 '방과후 설렘'의 목표는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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