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가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고객 여러분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과 함께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GV의 이 같은 조치가 정말 '권리 보호'를 위함인지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화제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고 있다. ‘인피니티 워’의 티켓 예매가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이미 많은 표가 매진이 됐을 뿐더러, 심지어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 IMAX관 티켓에 웃돈을 얹은 암표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에 CGV 측은 “예매 티켓을 재판매하는 이들의 아이디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암표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다. 암표로 인해 영화를 보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에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행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덕적 잣대와는 달리 현행법상으로는 온라인 암표거래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에 암표거래를 막기 위해선 소비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쉽지가 않다. 결국은 CGV의 이 같은 ‘강경 대응’ 발표가 위협용도의 보여주기 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CGV는 이미 암표거래와 관련, 이용약관 제 16조 3항에 ‘재판매 등의 영업활동(제16조 제1항 제1호)을 위해 상습적으로 구매와 구매취소를 반복하는 경우 재판매 성사여부에 관계없이 회원탈퇴/약관철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판매 성사여부에 관계없이”라는 표현이다. 실질적으로 약관에 명시된 “재판매 등의 영업활동”을 일일이 모니터링해 입증하기 쉽지 않아 암표거래에 대한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단순히 "상습적으로 구매와 구매취소를 반복하는 경우"라는 글만이 예매 티켓 판매자를 가려내는 기준이라면, 이는 선량한 피해자도 낳을 수 있는 허점이다.

 

그렇기에 암표에 대해 실효성 없는 ‘강경대응’을 선언한 CGV의 대처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심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CGV는 국내 극장 시장 49.7%의 점유율(영화진흥위원회 2016년 ‘한국영화산업결산’)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체인은 총 97%의 매출을 독식하고 있다. 이같은 불균형 구조에 산업 생태계 파괴와 소비자들의 선택권 박탈 등 부작용도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 이처럼 극장가에서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고 있는 CGV는 앞서 좌석별 가격 차등제, 독과점 논란 등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엔 다소 의문스러운 티켓 가격 인상이 시행되면서 영화 팬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그렇기에 이번 ‘암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앞선 가격인상 논란을 덮고, 추후 ‘인피니티 워’ 상영관 몰아주기 논란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인피니티 워’가 암표거래까지 횡행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상영관 확대 논리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과잉해석일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얼마 앞두고 갑작스레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을 비롯해, 좌석별 가격 차등제에서 가장 비싼 프라임석을 다수 배치하는 식으로 고객의 권리보다, 자본논리를 더 따라왔던 CGV의 과거 행태를 떠올려 봤을 땐 충분히 해볼 법한 합리적 의심이다.

 

물론, 극장가 암표문제는 반드시 없어져야한다. 그런 의미에선 CGV의 대처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왜 이 좋은 의도의 대처에도 대중들 사이에 스멀스멀 의심이 피어오르는지에 대해서는 CGV 스스로도 자성의 태도가 필요하다.

암표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한국 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극장은 일부 관객들의 부조리한 일에 강경대응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극장사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CGV의 가격 차등제, 흥행작 개봉에 맞춘 티켓값 인상, 독과점 문제 등등 관객은 고려치 않고 이익만을 노린 부당함에 강경대응은커녕 소심한 비난만 할 수 있을 뿐이다.

CGV가 이번 암표 관련 공지에서 밝혔던 '고객 여러분의 권리보호'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이 진실이라면, 앞서 불거져왔던 소비자들의 여러 불만과 비난에 대해서도 한 번쯤 되돌아보고 개선의 태도를 보여야할 때다.

 

사진=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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