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비주얼로 압도하는 색채 영화들 속에서 흑백 영화는 남다른 절제미로 이색을 빛낸다. 흑백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보다 섬세하고, 보다 아련하며, 보다 다감하다. 혹은 반대로 색채 영화보다 훨씬 거칠고 야성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동주' '춘몽' 등으로 흑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기도 했다. 21세기에 흑백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던 영화 열 편을 소개한다.

 

씬 시티 (2005)

'씬 시티'는 흑백 영화가 잔잔하기만 할 거란 편견을 깬다. 범죄와 스릴, 액션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부패와 범죄로 들썩이는 죄악의 도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지켜나가는 거침없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다. 흑백 대비가 주는 독특한 조화와 화려한 영상미, 신선한 작품 구성력이 더해져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티스트 (2011)

아카데미상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아티스트'는 흑백이면서 동시에 무성 영화다. 색과 대사의 부재가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력과 경쾌한 음악을 돋보이게 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영화는 유성 영화의 등장에 설 자리를 잃은 할리우드 스타 조지를 비춘다. 감독 미셸 아자나비슈스는 '아티스트'를 통해 무성 및 흑백 영화과 그 시절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2011)

주인공 카르멘은 전설적인 투우사 집안의 딸이다. 새엄마의 구박을 피해 투우 기술을 배우던 그는 새엄마의 음모로 기억을 잃는다. 자신을 구해준 난쟁이 투우사들과 유랑극단 공연을 하며 떠돌던 그는 새엄마의 독사과 앞에 서게 된다.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를 재해석한 이 영화는 1920년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다. 백설공주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 카르멘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란시스 하 (2012)

'레디이 버드'로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그레타 거윅의 첫 연출 데뷔작인 '프란시스 하'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무용수를 꿈꾸는 27살 프란시스는 룸메이트이자 단짝인 소피와 함께 브루클린의 삶을 만끽한다. 그러나 소피가 남자친구와의 동거를 위해 떠나자, 혼자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도시 유랑을 시작한다. 영화는 프란시스가 지닌 청춘의 고민과 방황을 솔직하게, 그러나 음울하지 않게 그려낸다.

 

헛소동 (2012)

'헛소동'은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한 네 남녀의 좌충우동기다. 로맨틱한 가면무도회에서 의원 보좌관 클라우디오와 주지사의 딸 헤로는 첫눈에 반해 영원을 맹세하려 한다. 한편,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며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는 베아트리스와 베네딕을 커플로 맺어주려고 친구들은 계락을 세운다. 다른 한쪽에서는 헤로의 결혼식을 뒤흔들 모략이 꾸며진다. '헛소동'은 셰익스피어의 사랑과 연애를 현대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프랑켄위니 (2012)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 흑백에 담기면 어떤 매력을 풍길까. 팀 버튼의 '프랑켄위니'는 죽음이라는 이별을 겪은 이들을 위한 영화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인 강아지 스파키를 사고로 잃은 천재 과학소년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기를 이용해 스파키를 되살린다. 그러나 스파키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온 몸이 꿰매져 있고 철심이 박혀 있는 모습으로 부활했다. 마을의 아이들이 동물을 살려내는 방법을 알게 된 후 곳곳에서 소동이 일어난다.

 

네브라스카 (2013)

로드무비를 보고 싶다면 '네브라스카'를 추천한다. '디센던트'를 만든 알렉산더 페인의 또 다른 가족 테마의 영화 '네브라스카'는 네브라스카로 향하는 부자의 여정을 그린다. 아버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건조한 유머와 독특한 영상으로 호평을 받았다.

 

동주 (2015)

지난 2015년 개봉한 이준익의 '동주'가 흑백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특유의 옛스럽고 아련한 감성이 다 표현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주'는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와 동갑내기 고종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1935년부터 두 청년이 숨진 45년까지 10년의 궤적을 좇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불어 넣어 감동을 전한다.

 

춘몽 (2016)

재중동포 감독 장률의 10번째 영화 '춘몽'은 한 여자를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너무 다른 세 남자의 독특한 사랑이야기다. 세 남자는 그녀를 향한 마음으로 서로 경쟁하지만, 한편으로 서로 위로하고 동행하며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원더스트럭 (2017)

'캐롤' 토드 헤인즈의 신작 '원더스트럭'은 화려한 색채와 흑백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더스트럭'은 현재의 소년 벤과 50년 전의 소녀 로즈, 둘 사이에 얽힌 놀라운 비밀을 찾아 떠나는 환상적인 여행을 그린 영화다.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1920년대 로즈의 이야기는 흑백의 무성 영화로, 우연한 사고로 청각을 잃은 1970년대 벤의 이야기는 컬러로 그려내면서 흑과 백, 색채가 공존하는 뉴욕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5월 3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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