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28)이 두 번째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국가대표급 연기돌, 서늘하고 깊은 눈빛, 장그래, 한칼을 숨긴 모범생…. 그를 둘러싼 이미지 조각들이다. 한국전쟁 당시 고아들로 이뤄진 어린이 합창단의 작은 기적을 그린 영화에서 한상렬 소위로 분한 임시완을 13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노래한 셀프 키워드 11가지.

 

◆ 한상렬 소위

음대생 출신인 한상렬 소위는 진지하고 바른생활 이미지가 난다. 그런 점은 나와 비슷하다. ‘오빠생각’이 한상렬 시점의 영화가 맞기는 한데 극중 ‘오빠’는 동우라서 주연으로서의 큰 부담은 없었다. 다만 한상렬 캐릭터를 진짜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과 책임감은 컸다. 그는 진정한 어른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어른스러웠다. 내 어린 정서로 어른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극복을 못했다. 그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다가 끝났다.

 

◆ 시대정서

배경이 한국전쟁이고, 군인 캐릭터이므로 시대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많이 했다. 어느 날 감독님이 당시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하늘과 들판이 정말 푸르렀다. 내가 생각한 어둡고 핏빛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그런 깨끗한 모습이 영화로 따지면 아이들의 순수함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또한 전장에 존재하므로 “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이다”란 절박함을 늘 가져가려고 했다.

 

◆ 감동 장면

남북한 군인들의 총격전 상황에서 동구(정준원)가 작은 몸으로 여동생 순이(이레)를 감싸는 모습, 마지막에 순이가 “오빠 나 노래한다. 잘 들어라” 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내 출연 장면으로는 아이들과 합창 연습하는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진짜 가르쳐야 한다”고 접근했기에 그 장면에선 적어도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피아노

그간 작곡은 주로 기타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했다. 피아노는 칠 줄 몰랐는데 극중 쇼팽의 ‘야상곡’ 등 연주 장면을 위해 4개월 동안 연습했다. 앞으로 피아노로 작곡하기엔 턱없이 실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휘, 합창연습하면서 아이들과 늘 같이 놀았던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 아이돌

아이돌 가수 겸 배우활동 병행은 일장일단이 있다. 남들보다 기회를 더 얻는 게 장점이다. 배우로서 이미지, 연기에의 몰입이 방해를 받는 건 단점이다. 하지만 가수로 출발해 인지도를 쌓았기에 연기를 할 수 있었으므로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숙제라고 여긴다. 솔직히 나를 평가한다면 연기보다 노래를 더 못한다. 춤은 가관이고(웃음)

 

◆ 캐릭터

‘진지하다’ ‘긍정적이다’란 말을 자주 듣는다. 성격은 진지한 편이나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이제껏 좌절할 만한 상황이 크게 없었다. 연습생 시절도 2년 밖에 겪지를 않았다. 진지한 느낌 때문에 가벼운 로코보다 묵직한 드라마에 주로 캐스팅된다. 개인적으론 로맨스가 더 끌리나 대중이 만들어주신 좋은 선입견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이미지를 고수하거나 깨기보다 물 흐르듯 맡기고 싶다.

 

◆ 거짓말

출연작을 볼 때 내 연기가 보여서 불편하다. 그 장면을 찍었을 때 만든 과정이 보이면서 저 연기가 진짜였을까 가짜였을까...고민에 빠진다. 연기를 할 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자란 게 내 목표다. 물론 작품 출연 전후를 비교했을 때 성장해가는 확신은 든다. 사람 임시완이.

 

◆ 송강호 이성민

40대 연기파 송강호(변호인), 이성민(미생)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며 난 덧셈 뺄셈하고 있는데 미적분을 풀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 고차원적 연기를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적어도 연기에 대해 만족하려면 한참 걸리겠구나, 절감했다. 잘하는 연기의 기준점이 굉장히 높아졌다. 배울 점이 많으니까 선배님들과 다시 한번 해보고프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많이 좋아한다. 특히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연기의 다양함에서 대단했다. 이번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못 봤는데 어떤가? (역대급이란 대답을 하자) 안 봐야겠다. 가장 두려워하는 게 나도 모르는 새 뇌리에 박힐까봐서다. 좋은 연기를 봤을 때 결국 우리가 보는 건 연기자의 외면이다. 내면에서 어떤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서 감정을 표출하는지 알 수 없지 않나. 그 배우의 심적인 전쟁을 보지 못한 채 외면을 보고 따라가는 게 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 연기돌

‘연기돌(연기 잘 하는 아이돌)’이란 평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연극영화과 졸업, 현장 경험을 통해 단련된 다른 배우들과 달리 난 정석적인 루트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기에 페널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난 근본이 없는 배우다. 그게 현재 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접근 방법이 한 단계 늦었으니 연기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른 쪽으로 가보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 변요한

‘미생’을 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변요한 선배는 진짜 배우 같다. 내가 배우 뒤꽁무니를 따라가면서 배우인척 한다면 그 사람은 모든 게 배우 같다.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모습, 어디로 넘어질지 모르는 모습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 사람 연기의 추진력이자 그가 추구하는 연기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나도 그 사람을 닮고 싶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 김민주(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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