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사이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거나 잔혹하게 살해된 20대 여성 그리고 이들과 밀접하게 얽힌 30세 남성 최씨. 그는 희대의 연쇄살인범일까.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지난해 12월20일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던 김빛나(23)씨는 자택 침대에서 목졸려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부검결과서에 따르면 범인은 순간적으로 목을 깊숙이, 강력하게 졸랐고 김양은 반항 한번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더욱 끔찍했던 건 아버지에게 김양의 번호로 “전화 밧데리가 다 돼서 연락이 잘 안된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틀 만에 검거된 범인은 곱상한 외모의 최씨(30)였다. 그는 빛나씨와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6개월 전 뇌출혈로 숨진 아름씨(가명)의 동거남이었다. 최씨가 변호사에게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그가 빛나씨의 집을 방문한 건 12월19일 오전 10시께였고 빛나씨가 숨진 아름씨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해 순간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인들은 빛나씨와 아름씨가 여고시절부터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고 이미 사망한 아름씨를 욕할 이유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 무렵 경기도 의정부 일대에서는 최씨를 둘러싼 수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최씨와 함께 일했던 한 여성이 지난해 여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난 3월13일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여성의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머리를 둔기에 맞아 살해된 신미소(가명)씨. 최씨와 죽은 아름씨의 직장 동료였고, 최씨는 신미소씨 살해를 자백했다. 신미소씨가 아름씨를 험담했기 때문이라고 비슷한 범행 동기를 내세웠다.

2017년 6월 아름씨가 뇌출혈로 숨졌다. 2017년 7월 미소씨가 두부손상으로 숨졌다. 2017년 12월 빛나씨는 목졸림으로 숨졌다. 6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한 남자 주위에 세 여자가 숨졌다. 최씨는 체포 직전 번개탄을 이용해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수감된 현재도 아름씨를 향한 절절한 연서를 쓰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기엔 너무나도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보낸 뒤 상실감에 이성마저 잃은 한 남자의 모습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의혹 투성이다. 최씨와 함께 장기 투숙 중이던 의정부의 한 모텔에서 두통을 호소하다 병원을 찾은 아름씨는 3일 뒤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CT상 외부 충격은 없었으나 갑작스러운 죽음과 납득할 수 없는 사인에 가족과 지인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가족력도 없고 아팠던 적도 없었기에 지속적인 구타가 있었던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평소 최씨는 아름씨에게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더욱이 장례식장에서 아름씨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박지선 교수는 "내 슬픔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 생각할지가 더 중요한 거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최씨는 연인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빛나씨를 보자마자 호감을 보이며 “아름이와 닮았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피해자들은 사망했고 최씨의 진술만 남아 베일에 싸여있는 부분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최씨와 구치소에서 3주간 함께 있었던 제보자는 "어떻게 죽였냐 하니까 좀 화나는 일이 있어서 목을 졸랐다고 했다. 그냥 졸랐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한 30분 동안 조르고 있었다며 시체 옆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잤다고 했다. 냄새가 얼마나 나네, 그렇게 얘기했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최근 미소씨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자백을 번복했다. 7월13일 집을 나갈 때 모습 그대로였던 미소씨의 사체 곁에서는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미소씨 어머니는 9월7일까지 미소씨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최씨는 무려 2달간 미소씨인 척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미소씨는 사라질 무렵 렌터카를 빌려갔었고 나중에 최씨가 스팀세차까지 해 차량을 반납했다.

 

 

박지선 교수는 "최씨는 만성적인 범죄자의 특성을 보인다. 상습적으로 거짓말하고 주변 사람들을 조작하면서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범행 자백을 해도 동기는 거짓말하고 앞으로도 진술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씨는 호스트바의 속칭 ‘선수’ 출신으로 아가씨를 업소에 공급해주는 보도실장 일을 했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던 아름씨는 숨지기 전 최씨와 돈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그는 도박을 하며 아름씨의 돈을 탕진했다고 한다. 미소씨 역시 사망 직전 사채 2000만원을 빌려 썼다. 7월10일 사채를 빌린 미소씨는 3일 뒤 최씨와 포천으로 향했고 살해당했다.

빛나씨의 지인들은 "빛나가 최씨한테 168만원을 받을게 있었다. 그래서 최씨가 그 집에 간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돈을 갚기로 한 날 빛나씨를 살해하고 그녀의 통장에서 현금 31만원을 인출한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상당히 사이코패식한 부분이 많은 사람 같다. 이 사람들에게 가장 결핍된 능력 중 하나가 사랑하는 능력이다. 본인의 수입을 창출하는 자산 정도로 취급했을 거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름씨 사망 후 또 다른 여성과 교제하며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씨가 구속 직전까지 만났던 신지영(가명) 씨는 "2개월 정도 교제했다. 최씨가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숨진 빛나씨의 친구이기도 한 그녀는 "나도 많이 무섭다. 잘하면 나도 죽였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오윤성 교수는 "피해자 모두 20대 초중반으로 나이가 어리고 가족과 따로 생활해 죽거나 실종돼도 금방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최씨의 범행 대상을 분석했다. 구치소 동기였던 제보자는 "우발적 살인이면 7년 받을 거라고 했다. 자기가 죄지은 것 치고는 7년이면 짧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그가 우발적 살인을 강조하는 이유 역시 형량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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