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의 연기는 늘 옳다. 연하의 호텔 상속자를 사로잡은 푸근한 파티시에 김삼순, 인생 밑바닥에서 대기업 부회장 자리까지 억척스럽게 올라가는 박복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를 사랑하는 안순진. 김선아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작품이 끝난 뒤에도 언제나 이름이 남는다. 배우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연기에도 아집이 생긴다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김선아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27일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연출 손정현/극본 배유미)를 통해 감수성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선아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선아는 이번 드라마에서 시한부 남자 손무한(감우성 분)와 사랑에 빠진 돌싱녀 안순진을 연기했다. 섬세한 감정 묘사를 요구하는 장면들이 많아 집중력을 요한만큼, 김선아 역시 쉽게 드라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회가 방영된 지 이제 3일. 김선아는 여전히 후반부 방송을 모니터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끝난지 얼마 안됐으니까 못본 것도 있다. 여유가 생기면 천천히 보려고 한다. 날도 따뜻해지는데 슬퍼지기가 싫다”고 고백했다.

감우성은 중반부부터 시한부라는 설정을 드러냈다. 전개상 일찍 감우성의 시한부가 전면에 드러났다는 말에 “원래보다 이야기가 앞당겨 졌다고 하시더라”며 “저도 충격 받았다. (손무한의 시한부를 알았을 때) 심장이 진짜 많이 아팠던 거 같다. 설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걸 직접적으로 안순진이 알게되니 충격이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인생에 생각지 못한 일들이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냐”고 말했다.
 

어쩌면 손무한의 죽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맺어졌다. 김선아는 결말에 대해 “‘굿모닝’하고 아침 인사를 했는데 손무한은 가만히 있고, 촬영하는데 마음이 너무너무 이상했다. 어쩌면 매일 이런 아침을 맞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무한과 안순진은) 오늘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산다. 그게 그냥 좋았다. 별 거 아니지만 일상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인터뷰 중간, 김선아는 연출을 맡았던 손정현 PD에게 온 문자를 직접 읽어주기도 했다. 결말에 관한 입장이었다. 김선아는 “인터뷰 하는데 하실 말씀이 없냐니까 문자로 보내주셨다”라며 전문을 읽어내려갔다.

손정현 PD는 메시지를 통해 “결국은 한 생애가 다른 생애를 껴안는 소소하지만 거룩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그것을 한 상처가 다른 상처를 보듬어안아 상처가 상처의 역사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로 해석을 했다. 그래서 아폴론 과자 이야기가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재판이나 중간의 무거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시청률도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갈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SBS '키스 먼저 할까요')

이번 드라마는 담백하지만 울림 있는 대사, 그리고 이를 극대화시키는 두 주연배우의 호흡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상대배우였던 감우성과 호흡을 묻는 말에 김선아는 “대본이나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서 너무 좋았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 아주 솔직한 분이라고 느낀 게 ‘오랜만이라서 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 부분은 좀 이해를 해달라’고 하시더라”고 답했다.

이어 “작은 걸 안 놓치는 분이다.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거까지 안 놓칠 수 있지?’ ‘매일 연구하나?’ 싶었다.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 애정도 많으셨다”고 설명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미스티’와 방영시기가 맞물렸다. 동시간대는 아니었지만 청춘이 아닌 ‘어른’들의 멜로를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부분도 있었다.

김선아는 “어른 멜로라는 걸 시도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드라마 내부적으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외국 작품들을 보면 40~50대가 멜로의 주를 이룬다. 우리 드라마도 그런 시류가 점점 오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어른 멜로라는 단어가 생기고, ‘품위녀’ ‘미스티’ 같은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오다보니 좀 더 폭이 더 넓어지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품위녀’의 박복자에 이어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 두 캐릭터만 놓고 봐도 강렬하지만 김선아는 과거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지금껏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삼순이부터 안순진까지 공주풍 배역보다는 색짙은 캐릭터를 보며 함께 성장해온 30대 시청자들은 김선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선아는 배역에 따라 팬들 반응도 조금씩 달랐을 거 같다고 묻자 “작년이 조금 독특했던 거 같다. (팬 분들이) 근처까지는 오시는데 무서워하시더라”며 “반면 연세가 많은 어른들도 아직 삼순이를 기억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드라마의 파워를 실감한다. 삼순이를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아직 드라마를 하면서 가슴이 너무 시리다고 말하는 배우 김선아. 지난해 ‘품위있는 그녀’에 이어 ‘키스 먼저 할까요?’의 흥행까지. 작품을 보는 안목도,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도 독보적인 배우 김선아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사진=굳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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