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연습문제“와 ”무운을 빈다“ 발언이 파장을 그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선대위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이후 이 대표와의 불화설이 잦아들 줄 모르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와 신뢰 관계가 두터운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 겸 신임 사무총장으로 내정해 갈등 봉합 및 ‘원팀’ 레이스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출연한 OBS '뉴스코멘터리 막전막후' 방송에서도 권 의원에 대해 "우리 당에서 몇 안 되는 선거 유경험자로 기획력이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저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 기획력을 인정한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공지된 일정을 뒤집고 6일 '변화와 단결' 의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이 대표가 기획한 선거 캠페인 방식을 윤 후보 측에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것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윤 후보의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나 이 대표의 당사 야전침대 숙식 등으로 전해졌다. “달라지겠다”고 공언한 윤 후보와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 '연습문제' 삼아 권 신임 본부장에게 이런 제안을 했지만 단박에 거부당했다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이날 오후 열린 당 국민소통본부 주최 '전국 청년 간담회' 화상회의도 뜻밖의 도화선이 됐다. 소통본부가 윤 후보의 참석을 공지하고 연 화상회의에서 윤 후보가 참석하지 않은 채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전화를 넘겨받는 식의 '스피커폰'으로만 등장하자 회의 참석 청년들 사이에서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했다” “후보 교체” 등 분노 섞인 욕설이 터져나온 것이다.

윤 후보 측은 예고에 없던 일정에 '깜짝 등장'했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기다리고 있던 청년들과의 소통에 또 한번 매끄럽지 않은 광경을 연출한 셈이 됐다.

여기에 행사를 이끈 박성중 의원이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 "이준석의 사보타주(태업)로 청년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계획했다" "청년들 중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간담회에) 막 들어왔다"고 해명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박 의원의 발언은 윤 후보에게 불만을 터뜨린 청년들이 이 대표 측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문제 발언을 언급한 뒤 "진짜 환멸을 느낀다" "해명이 어차피 불가능해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가뜩이나 삐걱댔던 두 사람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