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로맨스 명작 ‘500일의 썸머’가 6년만에 재개봉한다. 지난 2010년 외화 로맨스영화로는 괄목할 14만458명의 관객을 동원해 많은 영화팬들 가슴에 짙은 감정을 심어두었다. 하지만 영화의 여주인공 썸머(주이 디샤넬)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뜨겁다. 남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악녀! 분명 못됐지만 매력적인 남심저격 캐릭터들을 살펴봤다.

 

- ‘500일의 썸머’ 주이 디샤넬

가끔 “내 여자친구가...” 혹은 “내 썸녀가...”란 남자들의 고민 상담을 받고 있자면, 불쑥 ‘500일의 썸머’의 주인공 썸머가 떠오른다. 2009년 개봉한 마크 웹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이제 로맨틱코미디의 정전이 됐다.

남자 주인공 톰(조셉 고든 레빗)의 시선으로 썸머를 만나고, 사귀고, 잊기까지를 1일부터 500일까지 그렸다. 여기서 여주인공 썸머는 끊임없이 남자를 애타게 만들고, 결국 미쳐 날뛰게 만든다. 어쩌면 모든 여성의 워너비일지도? 화룡점정으로 결혼 생각이 없다던 그녀는 마지막에 연인 톰에게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라며 결혼 소식을 알리기까지 한다.

 

- ‘위대한 개츠비’ 캐리 멀리건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 데이지(캐리 멀리건)는 이미 여성 캐릭터계에서는 독보적이며 전설적인 인물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기다리지 못하고 결혼했던 그녀의 속물적 모습은 ‘쌍싸다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데이지가 했던 “딸이라 기뻐. 멍청했으면 좋겠어. 여자에겐 그게 세상 최고의 선물일테니까. 예쁘고 어린 멍청이”란 대사는 아마 역사에 남을 명대사가 아닐까? 개츠비는 그녀를 ‘예쁘고 어린 멍청이’라 좋아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 ‘봄날은 간다’ 이영애

라디오 PD 은수(이영애)가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에게 던진 “라면 먹고 갈래요?”란 한마디의 설렘과 동시에 남자에게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우리 헤어지자”를 말하던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는 눈처럼 하얀 피부만큼 서늘했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중 먼저 거부를 드러낸 쪽은 여자다. 이혼 경험이 있는 여자는 봄이 지나가면서 조금 삐걱거리는 사랑에 “결혼은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충분히 이해 가는 대사지만, 당시 상우가 은수의 새 남자친구 차에 남긴 스크래치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더 많았다.

 

-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

얼마 전 개봉한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과 김주혁이 ‘정상적이지 않은 부부’로 첫 호흡을 맞췄던 영화다. ‘아내가 결혼했다’ 속 주인아(손예진)는 귀여운 외모와 넘치는 애교, 헌책을 사랑하는 지적인 면모, 그리고 남자 못지않은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잇는 최고의 여자다.

남자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압도적 매력의 그녀는 평생 한 남자만 사랑하진 않겠다고 선언한다. 수시로 휴대폰이 꺼져있고, 결혼을 했어도 “네거 아니다”라던 그녀는 결국 두 집 살림을 시작한다. 그러나 도저히 그녀를 떨쳐낼 수 없는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그녀의 옆을 가만히 지키는 것 뿐ㅠㅠ...

 

- ‘건축학개론’ 수지

영화 속 승민(이제훈)은 그녀를 향해 “쌍X”이라 말했다. 첫사랑과 쌍X의 괴리는 생각보다 커다랗다. 수줍음 많던 건축학과 승민은 제주도 출신 음대생 서연(수지)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뿐이다. 결국 그 남자에게 여자는 마음을 아프게 한 나쁜 여자가 되고 말았다. 15년간이나 쌍X이 됐던 그 여자도 억울하겠지만 남자란 본디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랍니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란 아련하고 가슴 아픈 단어를 새롭게 환기시킨 영화가 됐다. 영화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 말하며 수지와 이제훈, 한가인과 엄태웅의 모습을 스크린 밖 관객들과 등치시킨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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