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음 내용 보도를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박성중·추경호·이채익 의원 등 1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을 찾아 박성제 MBC 사장을 면담했다. 면담에는 김기현 원내대표 등 3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오는 16일 공개할 예정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녹음 파일은 불법 녹취이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편파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취할 수 없는데 (그렇게 녹음된) 불법 음성을 MBC가 공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음성권 위반"이라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개한다는 것도 명백히 선거에 관여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MBC가 불공정·편파 방송을 해선 안 된다고 명백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찾아왔다"며 "MBC가 권력 편에 서서 자신들의 권한과 지위만 차지하려고 하는데, 반드시 건강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들은 MBC 사옥 앞에 몰려있던 촛불시민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시위대와 충돌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둘러싸고 MBC 진입을 막으며 30분 넘게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의원들은 출입문에 들어선 이후에도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MBC 노조원들과 잠시 대치했다.

MBC 노조원 50여명은 '부당한 방송장악입니다' '돌아가십시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의원들의 방문에 항의했다.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버스까지 대절해 MBC로 몰려와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아직 방송도 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가 공영방송을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무엇이 두려워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라며 "(대선후보) 검증 수단이 후보 배우자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이라 하더라도, 발언 내용 가운데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입수한 언론에는 보도할 '의무'가 있고 국민에겐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김건희씨는 남편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된 순간부터 이미 공인이며 보도 내용이 공적인 주제를 다루는지 여부는 방송을 막아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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