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관객의 배우, 유해진(48)이 생활 밀착 연기를 뽐내며 '레슬러'로 돌아왔다.

 

 

1997년 영화 '블랙잭'에서 악역으로 데뷔한 유해진은 20여년 간의 배우 생활 끝에 어느덧 '국민 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누적 관객 수를 모두 더하면 1억명이 넘는다.

화려한 필모그라피에도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럭키' 한 편뿐이었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주연작 '레슬러'를 찍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지 20년 된 살림 9단 아들 바보 강귀보(유해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며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가 좋았다. 전반적으로 짝사랑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이성경씨와의 관계도 있지만, 엄마와 아들의 사랑도 있었다. 또 저는 아들을 짝사랑한다. 그런 시각으로 봤다."

 

 

그가 맡은 강귀보는 20대 아들을 둔 아버지다. 아들 강성웅 역을 맡은 김민재(22)와는 26살 차이다. 유해진은 레슬링 연습을 회상하며 "민재는 엄청 열심히 했다. 펄펄 뛰어다닐 때다. 나는 촬영장에서 꾸벅꾸벅 졸 때도 있는데, 역시 젊음이 좋다"고 나이 차를 실감하기도 했다.

"아이를 이십 대 후반에 낳았으면 저만한 아들이 있겠더라. 세월 가는 거에 새삼 놀랐다. 배우는 영화에서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나이를 느끼는 것 같다. '이장과 군수' 할 때만 해도 요만한 아기의 아빠였는데 점점 커지더라. 그럴 때나 됐나 보다."

장성한 아들을 둬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의 그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성동일, 나문희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이 유독 빛났다. 그는 특히 나문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권순분 여자 납치사건' 때도 그러셨는데 이번에도 '해진씨, 우리 딱 세 번만 더 맞춰 볼래요' 그러시더라. 진짜 대단하시다. 연로하신 분들은 그런 걸 힘들어하신다. 나문희 선생님 같은 분이 흔치 않다. 선배님들이랑 촬영하면 마음으로 기대게 되는 게 있다. 후배들이랑 있으면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고, 이런 게 선배의 위치잖나. 하지만 내가 후배가 되면 안정감을 느낀다."

 

 

'레슬러'는 부자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화해와 사랑을 담는다. 영화 속에서 강귀보는 아들을 향한 희생적인 짝사랑에 몰두한다. 두 사람은 표현이 서툴러 진심을 쉽사리 전하지 못한다. 배우 유해진에게도 아버지는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하는 후회지만, 못 박는 짓을 많이 했다. 간접적이지만 '레슬러'로 아버지의 입장이 돼 봤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깊게 느꼈다.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하셨는데 너무 야속했다. 군대 가서도 휴가 때마다 반대를 하셨다. 마지막 휴가 때에야 '열심히 해라' 그러시더라. 그때부터 관계가 풀어졌던 것 같다. 아버지는 딱딱한 분이셨고, 솔직히 불편했다."

연기 생활 20년.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한 시기다.

"새롭게 꺼낼 카드? 고민이 있다. 나름대로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근데 내가 갑자기 숀 펜이 될 순 없는 거다. 현장에서 게을리하지 않는 것뿐이다. 주어진 얘기에 충실히 임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유해진은 "촬영 현장에 많이 있다 보면 1년이 쉽게 간다"고 웃었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지낸다는 얘기일 테다.

그렇다면 1억 배우 유해진은 작품마다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그는 운동이라고 답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게 그만의 즐거움이다.

"하루라도 집에 그냥 있었던 적은 없다. 나가서 운동이든 뭐든 해야 한다. 요즘은 촬영장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서울·경기권은 커버한다. 대전에서 촬영했을 때, 청주에서 촬영장까지 100km를 가 본 적도 있다. 어제는 부천에서 비를 쫄딱 맞고 자전거를 탔다. 힘들지만 도착해서 머리 감고 분장 받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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