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가상 인테리어,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긴 했다. 

이사 뒤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할지 고민될 때나, 집에 가구를 새로 들여놓을 때 ‘3D 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배치를 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어딘가의 즐겨찾기나 스크랩에 저장해 둔 기억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게으름 때문에 실제로 그 서비스를 사용하지는 않은 채 잊고 지나간 것 같은데, 그것이 아마도 ‘어반베이스’일 것으로 추측된다. 

VR과 AR을 통해 실제 생활 공간을 꾸며볼 수 있게 도와주는 3D 공간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를 직접 써 봤다. 필자와 같이 그냥 지나친 이들에게 그러지 말고 곧바로 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렵지도 않고, 손해가 날 것도 없고(무료 서비스이므로), 신기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어반베이스'의 한 이용자가 완성한 집을 위에서 본 모습. 사진=어반베이스

 

사실 이 서비스는 당초에 ‘아파트 거주자’를 위해 개발됐으므로, 대규모로 아파트 인테리어를 할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가구 브랜드 일룸과 어반베이스가 협약을 맺으면서, 일룸 홈페이지를 통해 ‘홈디자이닝 VR’ 패키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입력돼 있는 아파트 도면으로만 집 꾸미기를 해 볼 수 있는 어반베이스의 원래 서비스와 달리, 일룸 홈페이지에서는 방의 형태를 자유롭게 고르고 치수를 입력하면 실제 내 방과 같은 크기의 3D공간에 가구 배치는 물론 벽지, 바닥재까지 바꿔볼 수 있다. 

이 ‘방 만들기 기능’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1인 가구 및 싱글 원룸족들에게 매우 유용해 보이는 신문물이다. 스텝별로 직접 사용해본 체험기를 풀어본다. 

 

★Step 1. 아파트 찾기 or 방 만들기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파트 도면을 찾을 수 있는 오리지널 ‘어반베이스’ 서비스는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고 일룸 공식 홈페이지 ‘공간제안 컨설팅’ 코너에서는 아파트 도면찾기뿐 아니라 원룸족에게 유용한 ‘방 만들기’를 해 볼 수 있다. 

 

사진=일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도면 찾기와 방 만들기.

 

두 서비스의 이용법은 거의 유사하지만, 원래의 ‘어반베이스’ 서비스에선 이케아를 비롯해 매우 다양한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는 반면 일룸 홈페이지의 서비스에선 일룸 가구들만 배치해 볼 수 있다. 

일룸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배치된 가구를 모두 모은 견적서를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편리하다. 만일 일룸에 ‘꽂혀’ 가구를 전부 바꿀 예정인 원룸족이 있다면 아주 반가운 서비스다. 원래 어반베이스 홈페이지에선 배치된 가구가 마음에 드는 사용자를 위해 구매처를 연결해 주고 있다. 

 

사진=아파트 주소를 입력하는 화면. 전국 아파트의 70%(약 451만 가구)의 도면이 입력돼 있다.

 

일단 서비스에 접속해 처음 할 일은 원하는 아파트의 주소를 입력하는 것이다. 지도상에서 아파트를 찾은 다음에는 평형을 설정하게 된다. 물론 일룸의 ‘방 만들기’를 이용한다면 이 과정 대신 방의 모양과 치수를 입력해야 한다.

 

★Step 2. 가구에 달려들기 전에 할 건? 도배&바닥&창틀

실제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접속하면, 우선 눈길을 끄는 가구들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테리어의 바탕이 되는 매우 다양한 벽지와 바닥재, 창호다. 벽지를 고르고 벽을 클릭만 하면 쉽게 집 안이 바뀐다. 

 

사진=어반베이스의 벽지 고르기.

 

벽지나 바닥재를 도안으로만 봤을 때와 실제로 붙였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 또한 실제로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포인트 벽지나 강렬한 컬러 벽지를 3D 공간에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실제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취향이 어떤 것인지 알아갈 수 있다. 

 

★Step 3. 가구 배치, 고를 게 너무 많네?

도배와 바닥재, 창틀 고르기를 마쳤다면 대망의 가구 배치로 들어간다. ‘가구’라고 정의되지만, 세부적인 종류가 매우 많다. 침실, 드레스룸, 거실, 주방, 키즈룸, 학생방, 서재 등 공간의 용도부터 다양하게 분류되며, 여기에 필요한 가구와 조명, 생활용품들의 선택 폭 또한 매우 넓다. 원래 어반베이스 서비스에선 6천여개의 가구, 가전, 생활소품을 배치해 볼 수 있다. 

 

 

만일 의무감에 집을 통째로 다 꾸며야 한다면 가슴이 답답해 올 만큼 업무량(?)이 많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버리고 가볍게 ‘윈도우 쇼핑’을 한다는 기분으로, 현실에선 넘보기 힘든 비싼 가구를 턱턱 놓아보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즐거운 경험이다. 

사실 실제로는 방 하나를 꾸미더라도 무언가를 들여놓는 일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최근 가볍게 쓰고 싫증나면 바꾸는 조립식 DIY 가구가 유행이라고는 해도, 가구는 특성상 한 번 구입하면 버리거나 이동시키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사진=원하는 가구나 소품을 고르면 구입처로 연결도 가능하다.

 

어반베이스를 통해 서비스에서 배치해볼 수 있는 가구를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형태의 가구를 실제 매장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자신의 공간에 어떤 스타일의 가구가 어울릴지 ‘감’을 잡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문외한’들에게도 유용하다. 

 

★Step 4. 계절, 시간, 빛 조절…사람&반려동물 배치

어반베이스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게임과 같은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계절과 시간대, 자연광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실내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점이 그렇다. 

 

사진=태양의 각도와 계절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낮 시간이 될수록 사물의 그림자가 짧아지며, 계절마다 조금씩 같은 공간이라도 사물의 질감이 다르게 표현돼 느낌이 다르다. 마우스 휠을 이용해 이러한 공간을 사방팔방에서 돌릴 수도 있고,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것처럼 1인칭 시점으로 둘러볼 수도 있다. 

가구만이 아니라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배치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사람들 역시 커플, 아이, 가족 등으로 매우 다양하므로, 자신이 꾸며 놓은 공간의 특성에 맞춰 놓아보면 재미있다. 캡처도 가능하므로 자신이 꾸민 집을 SNS에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원하는 인물이나 반려동물 또한 가구처럼 배치가 가능하다.

 

★Step 5. 기타 사항&나중에는?

어반베이스 플랫폼은 건축물의 평면도를 2초 만에 3D로 재현하는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로, 일룸을 비롯한 다양한 가구, 가전, 인테리어 브랜드 및 건축사무소와 기술 제휴를 맺고 플랫폼 제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사용하는 데는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우리 집 도면이 등록돼 있지 않다’고 문의를 하는 이들도 가끔 있다고 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이런 문의를 받으면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 서비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술적으로는 정확한 도면만 있으면 아파트뿐 아니라 어떤 집이든 공간 구현이 쉽게 가능하지만, 일반인이 정확히 도면을 만들어 의뢰하기는 어려운 만큼 지금까지 그런 케이스는 없었다고 한다. 

어반베이스 측은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실제 시공 작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능 및 현재 가상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사람’ 캐릭터를 아바타로 진화시켜 진짜 게임처럼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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