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시대의 스승’이라 불리던 신영복 선생이 돌아가셨고 늦은 아침까지 눈이 내렸습니다.

부고 앞에서 몸가짐이 추스러지는 아득한 겨울 아침입니다.

고인은 밖에서부터 안으로 고민하고 자신의 방종부터 경계했습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투옥, 20년8개월 동안 가족과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시쳇말로 ‘먹물들의 필독 에세이’였습니다.

내 한 몸 바로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인의 옥중서신을 보면서 잊었던 사실들을 되짚습니다. 구절구절 멈췄다 다시 읽곤 했던 페이지들에서 또 다시 눈길이 머뭅니다.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요즈음은 연일 화창한 날씨입니다. 동향인 우리 방에는 아침에 방석만한 햇볕 두 개가 들어옵니다. 저는 가끔 햇볕 속에 눈감고 속눈썹에 무수한 무지개를 만들어봄으로써 화창한 5월의 한 조각을 가집니다.”

 

“머리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주엔 매운 추위 속에 팝씬부터 문학계까지 큰 별들이 스러졌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작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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