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갑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명희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8일 법무부에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명희 이사장은 현재 2014년 5월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에 폭언과 손찌검을 일삼고, 공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이명희 이사장과 관련 한진그룹이 장문의 해명자료를 냈다. 호텔 업무 방해 사건에 대한 사과의 말로 시작한 해명자료에는 현재 이명희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에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명자료는 "최근 이명희 이사장과 관련된 일련의 보도 관련,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면서도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어 해명하고자 한다"며 18개 의혹을 명시했다.

이는 한진그룹이 각종 논란에 대해 이명희 이사장의 입장을 확인하고, 관련 당사자 진술을 거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 그랜드 하얏트 인천 의혹 관련(6개) ▲ 평창동 자택 의혹 관련(5개) ▲ 회사 경영 관여 의혹 관련(5개) ▲ 제동목장·파라다이스호텔 의혹 관련(2개) 등 총 4개 분야 18개 항목을 다루고 있다.

 

◆ “'할머니' 호칭한 직원 해고한 적 없어”

이명희 이사장이 그랫드 하얏트 인천 관련 직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지시에 따라 컨설턴트 자격으로 호텔 정원 관련 사항을 점검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호텔 정원에서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도 초반 호텔에서 모자를 쓰고 정원 일을 직접 한 바 있고, 당시 직원이 '아주머니 준비해야 하니 나가세요'라고 이야기해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식당에서 설렁탕이 싱겁다는 이유로 폭언을 일삼고, 크루아상 크기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손님으로 설렁탕이 싱겁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고, 이는 고객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폭언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크루아상 크기에 대한 지적 역시 “투숙객들이 많이 남기는 것을 보고, 크루아상 크기가 조금 더 작으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은 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에게 폭행은 물론이고 일부를 해고했다는 의혹에는 “호텔 직원 및 호텔 용역직원에게 폭행한 바 없고, 호텔 지배인을 무릎 꿇렸다거나 정강이를 걷어찬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 “비서실 통한 물품 구입은 사실…결제는 개인 명의로”

평창동 자택에서 작업자와 가정부에게 폭언을 일삼고, 회사 직원을 불러 사적인 업무를 시켰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해명자료에는 이들을 상대로 무릎을 꿇리거나 때린 사실이 없다며 되레 평창동 집 공사 인부를 위해 플라자호텔 출장 뷔페를 불러 대접했다고 주장했다.

이명희 이사장이 평소 공사 용역들의 간식과 음식을 수시로 챙겼다는 설명도 들어 있었다.

집 안 청소 순서가 틀리면 폭언을 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는 “청소의 기본 상식은 창문을 열고 시작하는 것인데 그것을 안 지켜서 지적한 경우”라며 “이런 순서대로 청소하면 좋겠다고 알려준 것일 뿐 폭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잦은 폭언으로 가정부가 일주일을 채 버티지 못했다는 의혹에는 “일주일 만에 그만둔 가정부가 있었으나, 자택에 키우는 강아지 네 마리를 함께 돌보기 힘들었다는 이유였다”고 반박했다.

자택 리모델링에 회사 직원을 동원한 부분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회사의 시설부 담당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한 바 있다”라면서도 집으로 불러 일을 시킨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회삿돈을 이용해 개인 물품을 구매하거나, 억대 명품을 밀수했다는 직원들의 폭로에는 “비서실을 통해 과일 및 일부 생활필수품 등 구매를 해달라는 요청을 몇 번 한 바는 있다”면서도 “모든 구매 금액은 직접 결제했으며, 해외에서 지점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비서실을 통해 해당 금액을 사후 정산했다. 구매한 물품 중 명품은 없고, 금액도 소액의 생활용품 위주”라고 주장했다.

 

◆ “회사 경영이나 인사에 간섭한 적 없다”

이명희 이사장이 직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에 간섭했다는 의혹도 전면부인했다. 친분이 있는 임직원에 휴가로 특혜를 주거나, 승진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휴가는 회사 규정에 따라 개인적인 선택사항이므로 특정인이 휴가를 보내줬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객실 내의 각종 '갑질' 의혹에는 “객실에서 물잔을 손으로 친 적도, 날아간 것도 없다. 귓속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올해 초 항공기에서 커튼 때문에 승무원을 추궁했다는 의혹은 일부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폭언이 아니라 제언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 제동목장에 백조를 밀수하고,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직원들에게 윽박질렀다는 주장에는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은 2009년 전시관람용으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백조 암수 한 쌍을 들여왔다. 해당 백조는 야생동물보호법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물 및 수출입 허가 대상 야생동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당초 백조는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민속촌에서 사육했으나 관광객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제동목장으로 옮겨서 사육하게 됐다. 백조를 관리하는 전담 직원은 따로 두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윽박지르거나 물통으로 머리를 치는 등 폭행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제주 올레 6코스를 막았다는 논란에는 “파라다이스호텔 내 산책로 일부가 해안선 침식 등으로 낙석 등 사고 발생 위험이 있어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통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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