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우리는 늘 다양한 브랜드에 둘러싸여 있다. 오늘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또 사라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과거에는 잘 나가던 브랜드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브랜드란 상품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존재하는 이상 그 영향력을 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태생은 해외여도 한국 회사가 브랜드를 인수하며 ‘국적’이 바뀌는 일도 흔하며, 마치 연예인의 데뷔 이전 이야기처럼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도 꽤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짚어본다. 

 

★백미당의 ‘1964’, 무슨 힌트?

‘일 백 가지 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만드는 브랜드’를 표방하는 ‘백미당’은 진한 우유 맛이 나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및 커피, 다양한 빵, 치즈 등을 만드는 카페 브랜드다. 2014년 첫 매장을 낸 뒤,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곳곳에 고급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런칭한 지 4년이 지난 지금은 백미당을 만든 곳이 남양유업이란 사실이 그나마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국내 우유 시장의 양대산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남양유업은 2014년 백미당을 만들며 이름에 남양유업 설립연도인 ‘1964’를 넣었지만, 이 힌트에도 남양유업을 연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사진=백미당

 

★폴 바셋, 실존인물이었나

남양유업에 백미당이 있다면, 그에 앞서 히트한 것이 또다른 우유 시장 양대산맥인 매일유업의 폴 바셋이다. 폴 바셋 측은 매일유업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 ‘상하목장 밀크 아이스크림’ 및 매일우유를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매일유업과의 연관성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브랜드 이름인 ‘폴 바셋’이 실존 인물이란 것이다. 폴 바셋은 2003년 월드 바리스타챔피언십 우승자로, 매일유업은 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했다. 폴 바셋은 몇 차례 내한하기도 했지만, 딱히 브랜드 운영에 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폴 바셋

 

★스킨푸드, 1957년부터 있었나?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훌륭한 카피로 유명세를 탄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는 제품마다 찍혀 있는 ‘since 1957’ 때문에 아직도 오래된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양유업이 만든 백미당의 ‘1964’보다도 더 예전이다.

이 1957년이 지금은 사라진 기업 ‘피어리스화장품’의 창립연도라는 사실도 스킨푸드가 오래 운영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스킨푸드는 피어리스 조중민 회장의 아들인 조윤호 회장이 만든 브랜드로, 스킨푸드의 제조를 맡고 있는 OEM 기업이자 계열사가 ‘아이피어리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덕분에 2004년 만들어진 브랜드임에도 오랜 역사를 부여받을 수 있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사진=스킨푸드

 

★MCM, 태생은 독일이지만

해외 명품 패션, 뷰티 브랜드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또한 굳이 ‘해외 명품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아니어도, 태생은 외국이었으나 한국 기업이 인수하면서 국적이 한국으로 바뀌어 국산 브랜드가 된 브랜드들도 많다. 그런 수많은 브랜드 중 대표적인 것이 MCM이다. 이런 경우 국산임을 부정도 하지 않지만 굳이 강조도 하지 않는다.

이름부터가 ‘모던 크리에이션 뮌헨(Modern Creation München)’의 약자로 독일 태생임을 강조하고 있는 MCM이지만, 2005년 한국 기업 성주그룹이 인수하면서 국산으로 거듭났다. 성주그룹은 1991년 독일 브랜드였던 MCM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국내 생산권을 따낸 데 이어, 2005년 MCM 독일 본사를 인수했다. 이밖에도 스포츠 브랜드 휠라,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 등이 비슷한 케이스다. 

 

사진=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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