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극장가에도 ‘소확행’ 영화가 시네필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올 초 ‘리틀 포레스트’ ‘소공녀’ ‘레이디 버드’ 등이 몰고 온 이 훈훈한 바람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리틀 포레스트

시험, 연애, 취업 등등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난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한다.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는 사람 간의 사이에서 휴식과 위로를 찾을 수 있다는 주제를 견고히 하며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관객들이 극히 공감할 만한 아픔을 이고진 주인공 혜원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골풍경, 따스한 음식은 완벽한 ‘소확행’을 선사한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등 세 청춘배우의 합은 극장 밖 현실에 늘 치여 사는 청춘들을 스크린 속으로 퐁당 빠뜨린다.

 

‣ 소공녀

일당 사만오천 원에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미소(이솜). 그녀의 유일한 낙은 퇴근 후 마시는 위스키와 담배다. 하지만 새해와 함께 담뱃값이 오르는 위기가 찾아온다.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를 지키기 위해 과감히 아늑한 집을 포기한다. 그리고 서울 곳곳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가장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를 만나는 미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공녀’(감독 전고운)는 가난하지만 힘을 잃지 않고 살며 ‘소확행’을 추구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안정적 삶이 목표가 된 요즘, 담배, 위스키, 연애 등 자신의 낙을 위해 기꺼이 집을 포기하는 삶을 보여주면서 진정 옳은 방향의 생이란 무엇이지에 관한 질문을 남긴다. 사랑스러운 매력과 독보적 스타일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이솜의 능력치가 공감을 환기한다.

 

‣ 레이디 버드

꿈은 뉴요커지만 현실은 비행소녀, 미치도록 소소한 캘리포니아에 사는 미운 열일곱 소녀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격렬하게 반짝이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세상 간섭에 지친 소녀는 자신의 이름 가운데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주변인들의 “잘 좀 살아보라”는 충고 같은 잔소리를 거부한 채 당당히 “날 내버려둬”라 외친다.

‘레이디 버드’(감독 그레타 거윅)는 열일곱 소녀가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영화다. 비록 그 걸음폭이 너무 좁아서 확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대신 자신이 직접 붙인 이름을 고집하고,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빨갛게 물들이고, 좋아하는 남자애와 섹스를 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해 당당한 행보를 걷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남다른 멋을 강조한다.

 

‣ 바라나시

매일 같은 꿈을 꾸는 77세 다야(라리트 벨)는 자신의 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가족들에게 바라나시로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아들 라지브(아딜 후세인)는 회사일이 바쁘지만 아버지의 뜻을 꺾지 못하고 동행한다. 생의 마지막을 보내면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진 바라나시. 그곳의 호텔 샐베이션에서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바라나시’(감독 슈브하시슈 부티아니)는 일에만 매달리던 워커홀릭 아들과 죽음을 감지한 아버지의 낯설고 껄끄러운(?) 여행기를 그린다. 매일 회사-일터를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지극한 공감을 선물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부자의 모습은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아끼는 사람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행위 그 자체가 지닌 최고의 행복감을 선물한다. 러닝타임 1시간39분. 전체 관람가. 24일 개봉.

 

‣ 스탠바이, 웬디

FM직진소녀 웬디(다코타 패닝). 427페이지 시나리오를 외우는 능력자이자, 매일 요일별로 깔맞춤을 시도하는 패션리더, 알바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썸녀. 그런 그녀가 '스타 트렉' 시나리오 작가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 지리는(?) 댕댕이 피트와 함께 LA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로 특별한 모험을 떠난다.

'스탠바이, 웬디'(감독 벤 르윈)는 자폐증 소녀 웬디의 모험을 그린다. 영화 속에서 웬디가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는 늘 ‘스타 트렉’과 함께할 때다. 아르바이트 휴식 시간,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길, 산책을 할 때에도 ‘스타 트렉’과 함께 행복한 모습은 관객들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를 피운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향한 여정을 겪으면서, 웬디는 “무조건 전진!”을 힘차게 외치며 행복을 찾는다. 관객들도 이 ‘소확행’으로 행복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보게 될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33분. 전체 관람가. 30일 개봉.

 

사진=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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