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슬러'는 배우 김민재(22)의 도약이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해진(48) 같은 선배와 나란히 '주연'이다. 긴장된 얼굴을 한 이 젊은 배우를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지 20년 된 살림 9단 아들 바보 강귀보(유해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며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김민재는 강귀보의 아들 강성웅 역을 맡아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다.

"성웅이란 역에 욕심이 많았다.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나는 성웅이가 귀보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한창 느끼고 있었다.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부담감 등은 내 또래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민재의 부모님은 VIP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눈물을 보였다. 영화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란 희생이다. 자기 이름이 사라지는 거다. 자식을 낳고 나면 '누구 엄마'로 살잖나. 부모님이 '레슬러'를 보고 우셨다고 하시더라. 다른 얘기는 일부러 나누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서로 느낀 점이 있을 것이고, 얘기하기보다 그냥 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강성웅은 국가대표를 꿈꾸는 유망주이며, 체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김민재는 진짜 '체대생'처럼 근육으로 잘 짜인 몸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촬영 당시 근육으로만 체중을 5kg가량 증량했다.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고, 아침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빨리 찌워야겠다는 강박이 있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한 달 반 정도 레슬링을 배웠고, 작품 하면서도 계속 체육관을 다녔다. 원래 취미가 스포츠다. 생활 체육으로 축구, 농구, 배드민턴, 족구, 수영 등을 친구들과 종종 즐긴다."

 

 

레슬링 선수로 변신하기에 한 달 반은 짧은 시간이었다. 그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레슬러' 전에 '당갈'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당갈'의 배우들은 8, 9개월 동안 준비했다고 들었다. 나도 그렇게 준비 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종일 레슬링 생각만 했다. 훈련하는 시간 외에도 항상 악력기로 연습했고, 자기 전에는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1, 2분 기다렸다 앉곤 했다."

그는 스스로 채찍질하는 사람이었다. 끈질기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완벽을 추구하는 점은 김민재의 장점이었지만 동시에 독이 되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 넣을 때가 많아서 주위 사람들이 자주 걱정했다. 일에 집중하면 더 예민해져서 살도 빠지고 잠도 잘 못 잔다.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나는 쌓아 놓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런 그에게 안식처가 되는 존재가 있다면 반려견 '행복이'다. 그는 행복이 얘기를 꺼내자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세 살이다. 정말 너무 예쁘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다. 말도 너무 잘 듣고, 사람들도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도 행복이 옆에 있고 집에 들어와도 행복이 있다. 이름처럼 나와 우리 가족에게 행복이 되어주고 있다. 엄마 아빠는 행복이를 딸이라고 부른다. 행복이를 키우면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도 정말 많이 봤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자신을 칭찬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민재는 한참 머뭇거리더니 "여전히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재밌어하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보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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