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 19일 만인 오늘(13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흥행 비수기인 봄에 이렇게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건 아무래도 ‘어벤져스’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천만 돌파는 일찌감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후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98만) 기록부터 시작해 흥행 역사를 새로 쓰더니, 역대 외화 최단기 천만 돌파 타이틀을 땄습니다. 앞서 이 타이틀을 달고 있던 건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25일입니다. ‘어벤져스’가 세운 기록을 ‘어벤져스’가 깨면서, 이들이 한국 영화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너무 잘 느낄 수 있지요.

어떻게 봐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천만 관객에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재미, 영화적 가치, 마니아들의 취향을 건드리는 매력까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0년 역사와 역량을 총 집합해 놓은 작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관객들이 MCU를 좋아하는 이유는 캐릭터성 때문이지요. 이번 작품에서는 MCU 안에서 뛰놀았던 23명의 히어로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어, 그들의 케미스트리와 액션, 또 최강빌런 타노스에 맞서 어떤 싸움을 벌일까하는 호기심을 잔뜩 자극합니다. 물론 이는 지난 ‘어벤져스’ 시리즈와 MCU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매력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전부터 IMAX관에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그만큼 비주얼적으로 굉장한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언맨의 나노슈트, 스파이더맨의 한층 더 날렵해진 몸놀림, 그리고 타노스의 부하들과 어벤져스-와칸다 전사들이 화끈한 액션 시퀀스 등은 진일보한 CG 기술의 멋은 물론, 무술팀의 혼을 갈아 넣은(?) 맨몸 액션의 매력도 한껏 느낄 수 있었지요. 말 그대로 관객들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재미가 한군데에 다 모여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역대 외화 최단기 천만 돌파'라는 허울 좋은 성과를 보고 있자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특히 개봉 첫 날부터 행해진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병폐가 더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지난 달 25일(개봉일) 기준 무려 2461개의 스크린 수를 차지했고, 점유율은 72.8%에 달했지요.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군함도'가 사전예매율 96%로 큰 기대를 모았음에도 스크린 수 2027개가 배정되면서 비난 역풍을 맞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상황은 더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같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독점 상영에 심지어 CGV용산 같은 경우엔 거의 15분 마다 한 번씩 상영되기도 했지요, 이에 영화 팬들 사이에선 “마을 버스보다도 간격이 짧다”는 조롱을 듣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동시기 개봉한 영화 '살인소설' '당갈' 등은 조조,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면서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됐지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통에 새로이 개봉하는 작품들은 계속해서 스크린 배정에서 뒷전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봉이 19일이나 지났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2일 기준 1601개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이는 개봉 당시 독점 논란이 있었던 ‘명량’의 최고 스크린 수인 1587개보다도 더 높은 수치입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국내 스크린 독점 문제는 외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4월29일 외신 버라이어티는 한국에서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크린독과점에 대해 보도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강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이 같은 편파적 상영은 외국에서도 불합리해 보였나 봅니다.

개봉 후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는 이제 역대 외화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의 1330만 관객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지금 페이스로 봤을 때는 불가능한 수치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독과점 행태를 이어가면, 결국 ‘어벤져스’가 ‘아바타’를 꺾는다할지라도 다수의 영화팬들이 그를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까요. 과연 영화 시장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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