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싱글이든, 자녀를 둔 부부든, ‘돌싱(돌아온 싱글)’이든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평소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자식을 둔 부모로서, 싱글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풍경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놀이터’ 풍경입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몇 번쯤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아 본 기억이 있는 추억의 장소입니다.

부모가 된 뒤, 이곳은 더 이상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곳이 아니라 회사 생활 못지 않은 눈치 작전과 진땀 나는 권력 다툼이 난무하는 ‘체험, 삶의 현장’이 됐습니다.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부모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 어느 날은 “이 곳이야말로 인생의 모든 것이 있는 장소로구나”라고 하늘을 바라보며 되뇌인 적도 있습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살아나기도 하고요. 싱글일 때는? 당연히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지면이 마련된 김에 한 번 풀어놔 봅니다.

일단, 아이가 놀이터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곳은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지친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 새로운 사회생활을 할 기대에 늘 부풀어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일단 시작부터 어렵습니다. 아무 때나 놀이터에 간다고 예전처럼 뛰어 노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몇 번 허탕을 치고 속상해 하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든 동네 사람들과 친해져서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 시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어려운 ‘미션’을 실행하겠다고 다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시간 약속 잡기’는 부모에게 직장생활 못지 않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낯선 다른 부모들과 굳이 접촉하는 것을 싫어하고, 직장인이어서 시간 여유도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단 이 문제를 넘기고 놀 아이들이 있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긴장감을 품고 지켜봐야 합니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다툼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덩치가 크고 나이 많은 아이들이 어린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놀다가 상처를 입히는 일도 있습니다. 

다툼이 벌어지면, 때린 아이 입장이든 맞은 아이 입장이든 현명한 대처가 매우 중요합니다. 내 아이만 감싸거나, 내 아이만 혼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데다 급박한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즉시 마련해야 하는데,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 쉽습니다. 옛말에도 있듯이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예상 범위에는 넣어야 하니까요.

싸움은 항상 권력 다툼 때문에 벌어지는데,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보면 그 순수함은 논외로 하고 어른들의 세계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과자 몇 개를 가져와서 마음에 드는 아이들에게만 나눠주면 소외되는 아이들은 속상해 하면서도 과자를 얻으려고 따라다닙니다. 물질 공세에 혹한 아이들은 ‘나도 다음에 놀이터에서 뭔가 나눠주겠다’고 부모를 조르기도 합니다. 과자나 선물이 얽혀있지 않더라도, 마음에 안 드는 아이와 “무조건 안 논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길길이 날뛰는 아이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놀이터에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판’이라는 게 생기게 되는데, 사회생활에서 평판이 중요하듯이 동네에서의 평판도 아이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당연히 “저 아이는 참 괜찮더라, 같이 놀 만해”라는 평판을 얻고 싶은데, “저번에 싸우는 걸 보니 안되겠더라”, “애가 못됐어”라는 말이 뒤에서라도 들리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사회생활을 해 봤다면 다 알겠지만, 업계에서 한 번 고정된 평판은 쉽게 바뀌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녹지와 공터가 뒤섞여 있는 장소인 놀이터에는 아이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갓난 아이를 안은 초보 엄마부터 휠체어를 탄 어르신과 근처 병원에 입원 중인 부상자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놀이터를 거닐고 있습니다. ‘생로병사’까지는 아니어도 ‘생로병’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놀이터라는 장소는 젊고, 에너지 넘치고,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것만 같은 도시의 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평화롭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벤치에 앉아 지켜보며 쉬고 있는 듯한 부모들의 풍경 속에선 위에 말한 것과 같은 온갖 권력다툼, 신경전과 함께 생로병사의 다양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놀이터에 갈 일이 없는 싱글이 혹시 ‘인생이란 뭘까’라는 의문과 함께 인생의 축소판을 구경하고 싶다면, 아이들이 많이 오는 놀이터 벤치에 잠시 앉아있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글을 쓰는 필자는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고 그러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말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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