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지상파 드라마보다 케이블채널의 드라마들이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채널이 다양해진 탓이라고 하기에는 시청자들이 지상파 드라마에서 등을 돌린 모양새에 가깝다. 하지만 아직 지상파 드라마에도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지상파3사 월화극에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사진=각 드라마 방송사)

14일 MBC 새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연출 노도철/극본 민지은, 원영실)이 시청자 앞에 첫 선을 보였다. 이로서 지상파3사는 ‘우리가 만난 기적’ ‘기름진 멜로’ ‘검법남녀’ 3파전에 돌입했다.

전작 ‘위대한 유혹자’가 청춘스타들의 총출동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1%대 시청률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종영한데 반해, ‘검법남녀’는 두 배를 웃도는 시청률도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은 모양새다.

당초 금, 토, 일 주말 편성으로 시청자 공략을 시작한 케이블채널 tvN이 평일까지 드라마 편성을 확대하며 지상파3사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종편채널인 JTBC까지 ‘밀회’,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연이어 히트작을 내놓으며 지상파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이었다.

공익성이 강조되는 지상파 드라마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케이블 채널을 놓고 봤을때 이미 예견된 결과다. 사전제작으로 높은 완성도, 그리고 막대한 제작비를 기반으로 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한 tvN이 안방극장 깊숙이 파고드는 사이 지상파 시청률은 ‘대박’의 기준조차 하향평준화 됐다.

일일극을 제외한 지상파 드라마를 놓고 봤을 때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우리가 만난 기적’이 10.8%(14일 기준). 과거 30%대를 웃돌던 시청률 황금기 시절과는 비교가 어려운 수치다. 반면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최고시청률 11.2%(닐슨코리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초반 부진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화제성으로 연일 시청률을 경신한 ‘라이브(Live)’ 역시 7.7%로 종영을 맞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청자들의 채찍질도 연일 강해지고 있다. 장르적 다양성은 저버린 채 천편일률적인 소재를 ‘재탕’하는 점과 생방송처럼 돌아가는 제작환경이 만들어낸 미흡한 완성도가 뭇매를 맞았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의식해 드라마 중반이 넘어서면 개연성을 잃어버리는 점 또한 문제라면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방영된 ‘돈꽃’은 기성 드라마의 스토리를 답습 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20%를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MBC의 오랜 로고송처럼 ‘만나면 좋은 친구’ 지상파를 아직 시청자들이 완전히 외면한 건 아닌 셈이다.
 

(사진=KBS '우리가 만난 기적')

이런 의미로 최근 지상파 3사가 선보이고 있는 월화드라마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우선 ‘기름진 멜로’와 ‘검법남녀’ 보다 먼저 시청자들에 선을 보인 ‘우리가 만난 기적’은 육체 임대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다. 여기에 김명민, 라미란, 김현주라는 믿고보는 연기파 3인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엑소의 멤버 카이가 출연하기는 하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아이돌 기용’은 불식시켰다. 러브라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젊고 예쁜 청춘’이 만나 싸우고 만나기를 반복하는 이야기 대신, 가족과 관계에 대한 진중한 접근 역시 이목을 끌었다. 앞서 JTBC에서 ‘힘쎈여자 도봉순’과 ‘품위있는 그녀’로 2연타 홈런을 날린 백미경 작가의 필력이 진가를 발휘했다.

‘기름진 멜로’는 첫 방송부터 화려한 영상미로 시선을 압도했다. ‘로코믹 주방 활극’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표방하며 중식당 주방을 리드미컬한 영상 속에 담아냈다. ‘미스코리아’ ‘질투의 화신’ 등 독특한 소재와 참신한 캐릭터를 선보여 온 서숙향 작가의 대본이 세련된 연출을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로맨스와 중식 소재 사이에 알맞게 균형을 유지하며 3부(6회)까지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있다. 종영까지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박지영, 이미숙, 임원희, 조재윤 등 감초연기자들이 속속 극의 중심에 등장하며 흥미가 가중되고 있다.
 

(사진=SBS '기름진 멜로')

빠른 호흡으로 첫회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검법남녀’는 정재영이라는 선굵은 배우의 열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유미와 이이경, 젊은 배우들의 호흡이 기대를 높이고 있다. 강력사건 현장에서 벌어지는 검사와 경찰, 법의관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이끈다. 여기에 인물들 개개인의 갈등이 빚어내는 사건들이 극을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루가 다르게 시청자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지상파3사 드라마에 불기 시작한 변화의 움직임은 시청자들로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가 만난 기적’이 후발주자들의 공세 속에서 끝까지 이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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