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범죄극이란 장르에 기대하는 바가 확실하다. 바로 ‘재미’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은 확실히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작품이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찾기 위해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그 조직의 정점 ‘이 선생’ 쫓던 형사 원호(조진웅)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이 나타난다. 그들의 도움으로 마약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게 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되고, 원호는 마침내 진실 앞에 마주선다.

범죄극은 여러 가지 요소로 재미를 만들어내는 명료하면서도 아주 복잡한 장르다. 우선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커다란 사건, 그리고 그 사건 위를 뛰노는 캐릭터들의 멋, 또 그를 해결하는 방법의 명쾌함. 세 가지를 다 완벽하면 명작이겠지만, 이중 한 가지라도 확고한 매력을 품고 있어도 범죄극의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

 

‘독전’은 위 세 가지 요소 중 특히나 캐릭터의 매력을 듬뿍 가지고 있다. 사실 마약 조직과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영화가 이 진부할 법한 소재를 살리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들에 힘을 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때의 방점은 원호가 브라이언에게 건네는 “집착하다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생긴다”는 대사와 영화의 영문 제목인 ‘Believer(믿는 사람)’다.

영화의 시점을 이끄는 원호는 수 년 간 마약 조직의 이 선생을 쫓으면서 스스로의 내면에 집착에 가까운 신념을 쌓아왔을 터다. 서사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그의 신념에 공감하고 빠지지만, 그 이외 인물들의 신념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러닝타임 내내 원호, 그리고 관객들은 다른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다. 신뢰와 불신 사이를 넘나들며 그 의문이 해소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면서 몰입도는 높아지고, 극적 재미는 덩달아 올라간다.

 

이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기한 배우들의 힘이 크다. 특히 조진웅은 모든 캐릭터가 독한 이 영화에서도 가장 독한 인물로 점점 변해가면서 극의 중심을 꽉 잡는다. 다소 산만할 수 있었던 영화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건 그의 공이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미스터리한 사내 락을 연기한 류준열도 인상적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은 이 선생을 향한 그의 알 수 없는 집착에 대한 궁금증을 키운다. 조진웅이 극의 안정감을 책임졌다면, 류준열은 극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책임진다. 이외에도 고(故) 김주혁, 박해준, 차승원, 진서연 등 모든 배우들이 각기 다른 존재감을 떨치며 연기 대결을 펼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독전’을 감상하는 맛이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극 초반부 자신의 잘못으로 한 아이를 죽이고만 원호의 감정적 상처가 후반부 쯤에 가선 찾아볼 수도 없다는 점은 옥의 티다. 이 선생을 향한 분노에 그 모든 사연이 응축돼 있을 테지만(사실 이 선생을 향한 그의 집착도 전사가 불분명하다), 조금 더 힘을 줘 원호의 개인적 고뇌를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초중반부의 힘 있는 전개가 어느 순간 감정선에서부터 힘이 빠져 다소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전’은 많은 관객들의 애정을 받을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유려한 미장센, 카메라 워킹 등에 비해 서사와 액션에선 투박함이 엿보이지만, 그 투박함이 피로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영화 속의 모든 요소들이 뭉쳐 오롯이 ‘재미’ 만을 위해 달려 나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꼭 쥐고 흔들어댄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초강세를 떨치고 있는 봄 박스오피스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볼만 하다.

러닝타임 2시간3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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