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시청자들이 대동단결하며 기다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가 끝났다.

‘어남택’이 정해진 상황에서 현재 시점으로 옮겨온 주인공들이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에필로그에 치중한 결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응팔’의 브레인인 이우정 메인작가를 가상 인터뷰했다. 

 

 

Singlelist(이하 SL): 방송 잘 봤습니다. 작가님도 본방 사수하셨나요? 

이우정 작가(이하 이작) : 가상 인터뷴데 그게 중요한가요?

SL: 좀 예민해 보이시네요. 

이작: 사실... 예상보다 시청자 반응이 격렬해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SL: ‘응답하라’ ‘꽃보다 OO’ 시리즈 등 세대별 공감대만큼은 작가님의 전매특허였잖습니까? 

이작: ‘응답’ 시리즈와 ‘꽃보다’ 시리즈는 톤이 완전히 달라요. 응답은 작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지만 꽃보다 시리즈는 연출의 힘이 절대적이죠. 



SL: ‘역대급 용두사미’ ‘무의미한 마지막회’ 등등 실망스런 평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전혀 생각 못한 반응인가요?

이작: 애초 ‘응팔’의 초점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송가였습니다. ‘응칠’과 ‘응사’보다 확대된 개념이 들어가 있죠. 그러다보니 그 시절 쌍문동 사람들의 이야기에 무게가 더 실린 감이 있을 거예요. 

SL: 메시지도 결국 스토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빈약하면 전달되지 않잖아요. 마지막회는 스토리와 메시지 둘 다 모호해 보이던데요. 

이작: 둘 다 균형감있게 녹아있다고 보이진 않았나요?

SL: 지난 회에서 잔뜩 깔아놓은 복선들은 폐기처분하고 느닷없는 결말로 간 느낌이었습니다만. 

이작: 많은 사랑을 받아서 어떤 결말을 냈어도 실망스러우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중반 이후 중심이 흔들렸다는 의견이 많던데 저희는 초반부터 얼개를 잡아놓고 집필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스토리라인이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요. 폐기처분이 아니라 드라마적 재미라고 해두죠. 



SL: 정환의 행방이 묘연한 부분, 선우와 보라의 에피소드 중심인 점, 쌍문동 폐가들의 지나친 묘사 등이 마지막회 폭망 이유로 언급되던데, 아세요?

이작: 어차피 가상 인터뷰라서 읽는 재미를 주려는 건데, 왜 이렇게 죽자고 달려들죠?

SL: 읽는 재미를 위해서죠. 보는 재미를 위해 흥미롭던 복선들을 한방에 날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작: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세요. 실제 이작가가 나와도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좀 피곤하군요. 이쯤에서 마쳤으면 싶은데요.


이우정 작가가 일어나는 순간 어디선가 김창완의 ‘청춘’이 흘러나왔다. 이 작가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백팩을 메고 돌아섰다. 봉우리 하나 비로소 넘은 듯 홀가분한 한숨을 흘리면서.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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