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75년) 실내악과 연극이 결합된 '문제적' 음악극이 아시아 초연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오는 6월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쇼스타코비치와 검은 수사’(부제 러시안 판타지)는 세계 최정상의 실내악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창단 4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배우 7명과 함께 지난해 6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초연돼 호평 받았다.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총 4회에 걸쳐 진행하는 쇼스타코비치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미국 연출가 제임스 글로스먼이 대본을 쓰고, 에머슨 현악4중주단 멤버 필립 세처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소설 ‘검은 수사’를 오페라로 작곡하고자 했던 쇼스타코비치의 집념을 그렸다. 구 소련의 정치적 공격과 억압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작업은 결국 미완성으로 남겨졌지만, 그가 평생 이 작품의 완성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소설 ‘검은 수사’는 한 예술가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검은 수도복의 대학자인 ‘검은 수사’를 환영으로 만나고, 이상과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예술적 위대함을 달성하기 위한 사투를 표현한 수작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중심인물 코브린은 쇼스타코비치를 투영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구원에 대한 집착과 예술가로서의 시련은 당시 시대적 압박에서 정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던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연출가 제임스 글로스먼

전주곡인 쇼스타코비치 현악 사중주 14번 1악장이 연주되면 배우가 쇼스타코비치를 연기하며 무대에 등장해 체호프의 ‘검은 수사’를 읽는다. 중간중간 연주되는 에머슨 현악4중주단의 밀도 깊은 음악과 함께 혁명가인 스탈린, 음악가인 쇼스타코비치의 대립 구도가 전개된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며 쇼스타코비치의 일생과 안톤 체호프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현악 사중주와 함께 매혹적으로 결합된다.

이 작품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연주와 더불어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작곡가의 생애에 담긴 예술과 사랑, 광기와 자유에 대한 표현이 멀티미디어 프로젝션을 통해 한데 어우러져 관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연주하며 배우 데이비드 스트라탄, 제이 오 샌더스, 알리 브레네만, 에블린 맥기 콜버트, 알렉스 글로스먼, 폴 머피, 린다 세처가 출연한다. 문의: 1544-7744

 

■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미국 시인이자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으로부터 이름을 따와 1976년 창단한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첼리스트를 제외한 3명의 연주자가 서서 연주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현재 스토니 브룩 대학교의 상주단체이자 링컨센터의 ‘그레이트 퍼포머스 시리즈’ 등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9차례 그래미상 수상, 3차례 그라모폰상 수상, 실내악단 최초로 에이브리 피셔상을 수상하며 역사상 가장 독보적인 실내악단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3년 데이비드 핀클 대신 솔리스트이자 지휘자 폴 왓킨스가 합류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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