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하게 큰 키와 뽀얀 피부.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배우 권율(34)은 그 동안 여러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달콤·로맨틱한 이미지를 벗고 ‘사냥’(감독 이우철)에서 모처럼 색다른 캐릭터로의 변신을 꾀했다. 말 그대로 반전매력이다.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자상함과 남성미를 동시에 갖춘 권율을 만났다.

 

 

연기 변신? 성장의 과정

‘한 번 더 해피엔딩’ 등 드라마 작품 속 스윗가이의 면모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 많다. 배우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번 ‘사냥’에서 감초 웃음을 도맡았던 맹실장도 그 과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배역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나리오 상에서 봤을 때 이미지화 했던 것과 90% 가까이 표현한 것 같아요. 저는 이 맹실장 캐릭터가 절망 속에서 변해가는 것에 집중을 했어요.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최대한 절망적인 연기를 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보셨다면 시나리오와 연출의 의도가 잘 표현된 것 같네요.”

 

힘든 야외 촬영, 돈독해진 동료애

‘사냥’은 대부분 산에서 촬영했다. 힘들고 지치는 촬영이었지만 덕분에 선배 배우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다. 남자들끼리만 있다 보니 늘 체육대회 분위기였다. ‘돌’ 하나로 정말 재밌게 놀았다. 즐거운 분위기가 촬영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배님들에 비해 저는 상대적으로 덜 뛰는 역할이라서, 고생했다고 표현하기도 좀 민망하네요. 저는 구두나 옷이 좀 불편했다는 것 빼고는 괜찮았어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뛰다가 토를 하신 분도 있었죠. 전날 과음하신 탓도 있겠지만(웃음). 생각보다 촬영 현장은 즐거웠습니다. 주위에 돌이 참 많아서 멀리 던지기, 나무 맞추기, 종이컵에 넣기... 요런 거하고 놀았어요. 조진웅 선배님이 굉장히 잘하세요. 즐겁게 논 덕분에 촬영도 파이팅 넘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한예리와의 두 번째 인연

소속사 동료이기도 한 한예리와는 ‘최악의 하루’(8월 개봉)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번째 만남이라 편하기도 했고, 언제나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함께 하고 싶다.

“‘사냥’과 ‘최악의 하루’의 촬영기간이 거의 맞물렸죠. 그때 한예리씨가 대단하다고 느낀 게, 어제까진 ‘최악의 하루’에서 너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오늘은 바로 ‘사냥’ 현장에 와서 팔푼이(?)로 변신하더라고요. 어떻게 저렇게 변신이 자유로울까 부럽기도 했죠. 배우로서 재능이 뛰어난 친구에요.”

 

혈기왕성한 젊은 배우 둘이 두 영화를 함께하며 오랜 시간 붙어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성으로 느껴질 때는 없었는지 물었다. 우문이었지만 권율의 입에선 현명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저도 배우하기 전에는 ‘같이 촬영하면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있었어요(웃음). 근데 아쉽게도 그런 건 없더라고요. 개인적인 감정이 연기에 녹아들면 그건 프로가 아니잖아요. 관객분들에게는 인간 권율이 아니라, 캐릭터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촬영 이외에선 감정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국민 배우와의 호흡

이 영화를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성기라는 대배우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함께 연기하면서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내내 감탄했다. 같은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안성기 선배님께 무엇을 배웠다고 꼬집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걸 배웠어요. 마치 배우의 교본과도 같은 분이시죠.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도 체력이 어마어마하세요. 조진웅 선배님의 열정과 카리스마를 보면서도 많은 귀감이 됐어요. 이 에너지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제가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욕심

‘최악의 하루’가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명량’으로는 천만 배우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로서 욕심이 가득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젠간 멋진 배우, 신뢰할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를 꼭 받고 싶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러면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할 수 있겠죠? 돈이나 명예보다도 아직은 작품에 욕심이 더 많아요. 아직 어린가 봐요. 그런 점에서 안성기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에요.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꼭 닮고싶어요. 제가 발끝이라도 쫓아가려면 50년은 더 연기를 해야겠죠?(웃음)”

 

 

개봉을 앞둔 소감

그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했지만 이번 ‘사냥’은 조금 더 시선이 간다. 안성기, 조진웅 등 평소 존경하던 선배들과 함께 험한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생이 많았지만 예매율 1위에, 연기에 대한 호평이 겹쳐져 감회가 남다르다. 개봉을 앞둔 소감을 조심스레 물었다.

“이번 ‘사냥’은 춥고,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그런데 예매율이 1위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다만 지금 관객분들이 품고 계신 기대와 흥미를 충족 시켜드릴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긴 하네요. 제 연기가 작품에 폐가 되진 않았겠죠?(웃음)”

 

관객들에게 한 마디...

“‘사냥’은 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는 영화입니다. 조금 미리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극장에서 ‘사냥’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화끈한 오락 영화니까 재밌게 보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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