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멋진 외모와 스타성을 겸비한 ‘청춘스타’는 대부분 20대다. 인생의 가장 눈부신 시절에 서 있는 그들을 향해 대중은 선망의 마음으로 환호한다. 보기 드물게 30대 초반의 나이에 청춘스타로 부상한 인물이 있다. 화제리에 종영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눈 뜨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돼있다”는 말이 현실화되는 꿈의 공장이긴 하지만 스타탄생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은 당장 숱한 기획사 ‘연습생’들이 증명하고 있다. 정해인 역시 일단 좋은 작품과 캐릭터, 파트너를 만나 금쪽같은 기회를 잡았다.

남녀의 현실 연애를 실감나게 표현한 신예 김은 작가, 작가주의 숨결을 보여줘 온 안판석 PD, 설명이 필요없는 ‘멜로 퀸’ 손예진 그리고 밀키한 순수남과 상남자 얼굴을 동시에 장착한 서준희가 그로선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소울메이트일 터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임을 너로 인해 배우게 됐어”란 극중 진아(손예진)의 대사처럼 준희는 16회 내내 사랑하는 상대에게 올인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불우한 가정사에도 곧고 바르게 성장한 그는 비겁하게 주춤거리거나 영악스레 주판알 튕기는 법 없이 연인을 지키기 위해 직진했고, 무릎을 꿇거나 주먹을 날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부드러운 배려로 어필하는가 하면 마초기질을 불끈불끈 가동시키기도 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청년상에 여성들은 열광했고, 남성들 역시 부러움과 자극을 얻었다.

 

 

최근 로맨스 혹은 멜로물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정해인이다. 골수 메소드 연기파가 아닌 이상 캐릭터에선 배우의 향기가 묻어날 수밖에 없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 45도 각도로 고개를 기울여 상대를 응시하는 모습 등 그의 퍼스낼리티가 준희 캐릭터와 멋지게 도킹한 듯 보인다. 여기에 20대 후반인 2014년 데뷔 이후 한땀 한땀 수놓아온 작품 속 캐릭터들의 매력을 몽땅 쓸어 담지 않았을까.

호위무사 안민서(삼총사), 꿈많은 취준생 세준(그래 그런 거야), 묵묵히 한 여자를 지키는 보디가드 탁(불야성), 솔직하고 의협심 뛰어난 우탁(당신이 잠든 사이에), 성품 바른 유대위(슬기로운 감빵생활), 왕을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검객 김호(역모- 반란의 시대)의 장점을 망각하지 않은 명석함의 결과다.

박보검 우도환 등 ‘대세’로 불리는 20대 청춘스타들과 그가 다른 지점은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온 뒤 성숙한 남자로서, 배우를 지망하는 일반인으로 살아온 경험과 시간이 꽤 길었고, ‘배우 정해인’을 부서지기 쉬운 ‘판타지’가 아닌 단단한 ‘리얼’로 담금질한 원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정해인은 싱글리스트와 인터뷰에서 “아직 인기배우가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 이미 20대 초반에 군 생활을 마치고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소처럼 열심히 할 일만 남았죠”라며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것보다 꾸준히 걸어가는 것, 그게 제 연기인생 첫째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무수히 많은 샛별들이 달달한 로맨스, 눈에 잔뜩 힘만 들어간 느와르로 소비되다가 빛을 잃거나 스타의 높은 성채에 스스로를 가둔 채 박제화되곤 했다. 그들과 달리 생명력이 긴 배우로 나아갈 것만 같은, 다부진 경험치와 멘탈을 갖춘 30대 신성 탄생에 연예·광고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SBS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