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던 ‘스펙’ 쌓기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여전히 많은 취준생들이 이력서의 ‘한 줄’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1934세대의 변화가 차츰 두드러지고 있는 것. 스펙 쌓기가 아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배움’, 공부나 업무를 벗어나 오롯이 휴식만을 위한 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시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1934세대의 이런 움직임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934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1934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를 살펴보면 조금 더 명확한 수치로 이런 양상을 느낄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 ‘쉼’의 가치 깨달은 1934세대

노동에 대한 대가는 휴식을 통해 보상받으려고 노력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 쉬는 것이 사치, 혹은 태만의 근거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휴식의 가치가 높아진 것. 1934세대는 절반 이상(56.4%)이 휴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나타났다. 이들의 하루 평균 휴식 시간은 평일 기준 4.1시간, 주말은 평일에 1.7배인 7.0시간이었다. 학업이나 업무로 인해 부족한 휴식시간을 주말에 챙기는 모습이었다.  ‘쉼’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이유는 가치관 변화에 있었다. 1934세대 64.4%는 ‘돈을 덜 벌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 ‘무민세대’의 휴식법

그런 1934세대는 어떤 방법으로 휴식을 취할까. 최근 경험해본 휴식 및 여가 트렌드를 물어본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스테이케이션’을 경험해봤다는 1934세대가 41.0%에 달했다. 멍 때리며 볼 수 있는 ‘ASMR 영상(35.1%)’이나 ‘Satisfying Video(마음에 안정을 주는 영상, 19.9%)’를 시청해봤다는 응답도 높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휴식’을 즐기는 1934세대 62.8%는 ‘아무것도 안 하는 행위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이처럼 ‘쉼’을 중시하고 ‘무의미’한 것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1934세대를 ‘무민세대(無(없다)+Mean(의미)+세대)’로 정의했다.

 

♦︎ 취미와 여가에서 ‘배움’을 찾다

1934세대가 취미와 여가를 통해 배움을 찾았다. 정형화된 학습이 아닌 일상 속의 배움으로 방향성이 달라진 것. 1934세대 71.6%는 ‘덕질을 통해서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69.3%는 ‘취미 생활이 나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응답하는 등 취미와 여가를 통한 배움의 가치를 높이 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1934세대 60.0%는 ‘잡학을 배우거나 새로운 지식을 경험하는 것을 선호’ 했으며, 실제로 배우고 싶은 원데이 클래스를 묻는 질문에도 이전에는 단순한 기호나 취향이었던 ‘미식(24.0%)’, ‘커피(19.3%)’, ‘맥주(14.7%)’까지 배우고 싶다는 니즈가 나타나는 등 ‘지식’의 영역이 확장된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러한 배움은 ‘스펙’보다는 단순한 자기만족에 방점이 찍혀있다.

 

♦︎  ‘잡학피디아’의 성지는 ‘유튜브’와 ‘전시회’

새로운 지식을 넓고 얕게 탐구하려는 ‘잡학피디아(잡학(雜學)+Wikipedia(백과사전), 넓고 얕게 지식을 탐하는 1934세대를 지칭하는 트렌드 키워드)’적 성향을 가진 1934세대는 주로 지식습득 관련 유튜브·팟캐스트 구독(57.9%)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직접 도서관, 전시회, 독립서적 등 문화생활 공간을 찾아 나서는 1934세대도 43.6%에 달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휴식과 여가를 2순위로 미뤄놨던 1934세대가 ‘쉼’을 찾기 시작한 건 치열하게 노력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 대신 현재의 만족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휴식 및 여가 트렌드뿐만 아니라 1934세대의 직업관 등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변화 양상을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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