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 시네필들에게는 극장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 영화 ‘시’ 이후 8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버닝’은 칸국제영화제에 공식초청 되며 개봉 전부터 국내외 언론의 주목 받았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그리고 ‘버닝’으로 다섯 번째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이창동 감독은 “사실 칸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면서도 여전히 그는 “(레드카펫을 걸을 때) 몸치가 춤추는 것처럼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좋다고 하니까 도대체 뭔가 싶다. 이전 작품들을 보고 ‘감동 받았다’는 반응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황금종려상을 받겠다고 이야기한 건 드물었다. ‘왜 다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 예상과는 좀 다르다”

경쟁부분 작품들 중 최고평점을 받으며 황금종려상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기에 수상 불발은 팬들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창동 감독은 “기대도 했지만 불안했다”며 “칸에서 심사를 해봤지만 평가를 좋게 받은 작품들이 떨어지게 돼 있다. (심사과정의) 내막을 아니까 불안하면서도 ‘나한테 좋은 일이 생기겠나’ 싶기도 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사람들을 표방했지만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흥행과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저는 항상 상업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버닝’ 역시 제작비가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영화로서 제 작품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새롭고 낯선 것을 해야한다. 영화산업 전체를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늘 같은걸 보지는 않는다. 새로운게 나와야 한다”
 

칸에서 돌아오자마자 세 주연배우와 함께 GV 일정에 나선 그는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때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적도 있는 이창동 감독은 “언론에 얼굴이 노출되는 직업도 잠시 했지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게 힘들다. 감독이 작품으로 말해야지 나서서 이야기하는게 효과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있다”고 털어놨다.

‘버닝’은 실재하는 것과, 실재한다고 믿는 것의 차이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지점에 있어 ‘자기만의 서사’로 이해하기 바랐지만 관객이라면 누구나 해미(전종서 분)의 고양이 ‘보일’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마련. ‘보일’이 코엔 형제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에 등장하는 고양이처럼 억눌린 욕망의 기폭제가 되냐는 말에 “그런 의도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작가의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라더라. 보일러실에서 주워서 그렇게 붙였다더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극중 종수(유아인 분)는 파주에 살고 있다. 아버지(최승호 분)의 축사로는 매일같이 대남방송이 들려온다. 상경한 풍경에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그는 “젊은 세대들은 대남방송이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실제로 어딘가에서는 들리고 있는,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이다”라고 답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버닝’은 유난히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감독은 “기존의 영화적 관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저마다의 서사대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우리가 믿는 게 다가 아니라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밖에 해결이 안되냐’고 하는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벤이 살인자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관습적으로 그걸 믿지 않나”라며 “어느 하나가 반드시 옳은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년을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봤을 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청춘영화’라고 명명하는 것에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가 ‘청년의 이야기다’라는 단정은 좀 거북하다. 주인공이 젊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청년 이야기로 단정 짓는 건 아닌거 같다”고 선을 그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