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수학한 전공자가 아니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가로 집필활동을 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영화계에 입문했다. 고로 영화의 ‘기술적인 테크닉’이 부재할 법도 하지만, 이번 영화는 기작품들보다 한층 더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눈길을 끈다. 특히 해미(전종서 분)가 타는 노을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주변의 이질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기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의도하지 않는다. 시간적 배경 안에서 소똥 냄새 나는 축사 앞에서 어울리지 않게 춤을 추고, 임진강 넘어 대남방송이 들리는 마을, 그리고 바로 앞 자유로에는 차가 다니고, 초승달이 떠있는 총체적인 것들을 보여주려고 한 거다”
 

종수(유아인 분)가 벤(스티븐 연)의 은밀한 비밀을 알고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의 연출에는 시각적인 면보다 느낌에 집중해주기를 바랐다. 감독은 “어릴때부터 도망가고 싶었던 아버지의 공간에 있는 것이 종수의 현실이다. 그런데 벤이라는 친구가와서 불을 태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원초적인 감정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비닐 하우스는 있다. 버려진 비닐하우스가 태워진다라는 느낌이 자기의 무엇이 타버린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과는 또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는 시각적으로, 그리고 내러티브로서도 강렬한 엔딩이 그려진다. 이창동 감독은 이런 결말에 대해 습작생 종수를 빗대 “아버지는 수감되고, 여자친구는 사라졌고, 이런 세상에서 종수는 대체 무슨 소설을 쓰겠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엔딩은 나름대로 열어놓았다고 생각한다. 뭔가 두려워하거나, 기뻐하거나, 복잡한 감정을 관객에게 던져놓고 싶었다.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한 무력함같은 것. 분노할 수 밖에 없지만 그 것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해소되고 표출되는지 던져보고 싶었다”

감독의 디렉션이 있어도 전적으로 시나리오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연기하기 힘든 역할을 세 주연배우는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이창동 감독은 “배우는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종수는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는, 표현조차 절제된 역할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배역이었다. 굉장히 힘들수도 있는데 유아인이 종수를 잘 구축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벤은 모호함의 대상이자 미스터리 그 자체다. 사실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바탕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몸으로 느끼기는 굉장히 어렵지 않나. 근데 스티븐 연은 처음부터 알더라. 벤이라는 인물에 있는 공허함을 알고 있었다. 스티븐연이 아니였으면 벤을 만들기 힘들었을 거 같다”

끝으로 차기작에 대해 묻는 말에 이창동 감독은 “숙제를 제 나름대로 풀어야하지 않을까”라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어떤 작품이 됐든, 몇년이 지나든 또다시 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극장을 찾게 되지 않을까. 감독은 “영화에 대해서 설명하는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마칠 때 되니까 아쉽기도 하고, 다른건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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