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안방극장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는’ 정통 멜로가 종적을 감췄다.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판타지적인 요소를 끌어오거나, 임팩트 있는 소재를 가져와 특색을 더한 드라마들이 주를 이뤘다. 이런 시류에 반해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우리네 연애사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극초반 손예진과 정해인이 그려낸 연상연하커플은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손예진은 “정해인씨와 호흡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연 첫 작품, 첫 멜로라는 부담을 떨쳐내고 감독의 디렉션과 주변의 조언을 빠르게 흡수, 반영하는 정해인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정해인과 진짜 열애를 하는 게 아니냐고 할 정도로 케미가 남달랐던 이번 드라마. 하지만 손예진은 “안 사귄다”고 미소를 지으며 “(정)해인씨랑 찍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스태프들도 사귀는 거 맞냐고 물어보더라. 같이 찍은 사진, 동영상을 보면 비슷한 얼굴 유형의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까지 상대 배우와의 케미를 좋아해주시는구나 싶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윤진아 캐릭터는 드라마 중반부를 넘어서며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원성이 빗발치기도 했다. 손예진은 이 지점에 대해 “16부까지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라며 “마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좋지만, 그 이야기만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오랜시간 안고 있던 윤진아에 대한 손예진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진아가 하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지 몰라도, 동기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했던 거 같다. 그래서 혼자 아파하고 견딘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솔직해도 되지 않을까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나눴다”고 설명했다.

“나 역시 시청자의 입장으로 드라마를 볼 때는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한다. 그런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다. 어느 지점에서 답답할지도 안다. 하지만 나와있던 시나리오를 중간에 수정했다면 완전 다른 드라마가 됐을 거 같다. 답답함을 느끼신 부분 역시 몰입을 하신 거라고 생각한다. 공감을 더 많이 얻었다면 좋겠지만, 저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의도한만큼 갖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는 윤진아라는 수동적인 여성이 자주적인 개체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30대 직장여성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대학생이던 시절 데뷔해 회사 생활 경험이 없는 손예진은 “진아같은 사례가 현실이라고 해서 너무 슬펐다. 드라마에서는 소송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동안 많이 무너진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진아는 이런 시간을 3년간 버틴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얼마나 고통 속의 시간이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실의 손예진과 드라마 속 윤진아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그녀는 “가장 다른 부분은 성격이다. 저는 상대가 상처 받더라도 솔직하게 말한다. 진아는 다 삼키는 사람이다. 16회 마지막에 가서야 준희한테 진심을 터놓는다. 그래서 짠하고, 이해도되고,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반면 닮은 점은 나이가 똑같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거?”라며 웃음지었다.

화제의 ‘손깍지 고백’은 본래 대본에 나온 장면이지만 정해인과 손예진의 애드리브도 숨어 있었다. 손예진은 “이번 드라마는 동선을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춰서 연기했다. 손깍지 고백 후 맥주마시는 장면은 현장에서 어색해서 마시게 된 거다. 즉흥적인 애드리브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인이라면 그런 고백을 할 수 있겠냐고 하자 손예진은 “실제로 못할 거 같다”고 말했다.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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