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40)의 2016년 상반기엔 빈틈이 없다. 드라마 '시그널'에선 우직한 츤데레 형사로 안방극장을, '아가씨'에선 변태 백작으로 스크린을 달구더니 잔인한 쌍둥이 역할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마주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사냥'(감독 이우철)은 우연히 본 금을 캐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추격을 그렸다. 1인 2역으로 두배의 즐거움을 선사한 배우 조진웅을 지난달 3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책임과 일탈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직업

지난해만 따져도 영화 '허삼관'으로 시작해 '장수상회' '암살'까지 3편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올해는 벌써 tvN 드라마 '시그널'과 영화 '아가씨' '사냥' 총 3편을 선보였다. 다작을 해온 세월 끝에, 팬들이 많이 늘어나니 감회가 남다르다. 연예인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배우들이 가야할 길이 상당히 멀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 고 최진실 선배 영화를 다 챙겨볼 정도로 굉장히 좋아했어요. 제 우상이었죠. 친구들이 놀러가자고 해도 최진실 누나 라디오 첫방송이니까 안 따라가고 집에 가고 그랬어요. 그 당시 선망의 대상이던 연예인이 이상한 짓을 했다면 선뜻 따라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걸 생각하면 그만큼 저도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적당히 '사고쳐야 한다'고 배웠다. 경성대학교 연극학과에 진학하던 당시 학교 내규를 어기면서 몸소 깨달았다. 1학년은 CC도, 연극을 해서도 안된다는 학칙 아래, 선배들이 모두 연습하고 돌아간 새벽에 조용히 연습하던 시절이다.

"학교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나서고 싶은 작품이 있었어요. 김광민 선생님의 '달라진 세상'이었죠. 시청각 소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들이 들어오더라구요. 근데 혼내지도 않고, 무대 장치를 도와주더니 공연이 끝났을 땐 기립박수를 쳐주는 거예요. 그때 최정일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너희들이 해야할 일이 이거다. 하지말라는 법규를 깨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 말씀이 제 연기 생활의 지침이 됐죠"

 

● '안투라지'에서 이해한 제작자의 마음

다음 작품은 tvN 드라마 '안투라지 코리아'. 연예계 일상을 담은 블랙코미디로 미국에서 총 8시즌까지 방송되며 인기를 모았던 '안투라지'의 국내 리메이크 버전이다. 조진웅은 극 중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김은갑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고등어 하나를 낚싯줄로 올렸을 때 파닥거리는 것 같은 '칠렐레 팔렐레' 캐릭터예요. 이런 캐릭터 만나기 쉽지 않죠. 대사 외우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배우들이 작품 섭외가 들어와 '결정해야 할 작품이 뭐가 이렇게 많냐'고 투덜거리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은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아야 거든요. 이렇게 세세하고 공감 가는 에피소드들 때문에 더욱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대표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면서, 직접 캐스팅에 나서기도 했다. 얼마전엔 하정우와 김태리도 섭외에 성공했다. 출연 못하겠다는 배우에겐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생겨났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깨달음도 있었다.

"가끔 카메오 출연을 못한다고 하는 배우가 있으면 내가 감독도 아닌데 '까인' 심정을 느꼈어요. 왜 안하지? 도대체 왜? 화가 나더라고요.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어지는 거예요. 와, 내가 잘못 살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앞으론 작품 거절을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무조건 공손하게 잘해드리려구요" 

 

● 아내 같은 관객, 내가 살아가는 이유

작품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냉정함을 쏟아내는 관객이 살아가는 이유다. 연애하듯 밀당 하는 관객 덕에 오기가 생기고 더욱 열심히 연기를 하게 된다. 

"관객은 아내 같아요. 여러번 달래도 삐지고,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런데 제가 와이프를 대할 때 한가지 고수한 건 바로 친절함이에요. 친절함은 공손함과는 달리 자율적인 거고, 한순간 어긋나버리면 돌이킬 수 없거든요. 항상 관객들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언제나 친절하게 구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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