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2006), ‘페스티발’(2010) 등을 통해 시네필이 사랑하는 연출가로 자리매김 했던 영화감독 이해영(45)이 신작 ‘독전’으로 연출인생 2막을 열었다.

 

늘 자신만의 독창적이고도 풍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이해영 감독은 ‘독전’에선 짜릿한 범죄 장르의 외피를 덧입어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그간 상업적 성공과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개봉 이후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 기분 좋은 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해영 감독을 마주했다. 그의 무뚝뚝한 표정 속에 숨어있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Q. 무려 ‘데드풀2’를 꺾고 매섭게 질주하고 있다. 네 번째 연출만에 흥행 성공이다.

A. 사실 ‘독전’의 후반작업, 디테일한 수정이 거의 개봉 직전까지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본편 작업이 끝난지 2주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실감이 안 간다.(웃음) 내가 워낙 흥행과 거리가 멀어서 이번에도 잘 될지 몰랐다. 다만 제작비가 전작 세 편을 합친 것만큼 많이 들어서 ‘손해만 보지 말자’는 마음이었는데 꽤 기분이 좋다.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힘이 난다.

 

Q. 후반작업이 왜 길어진 건가? 인생 역작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나?(웃음)

A. 편집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지만, 스스로 디테일에 욕심을 많이 부렸다. CG, 사운드 밸런스 작업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밤에 잠도 설쳐가면서 몰두했다. 확실히 지금까지 했던 영화들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 전작 ‘경성학교’를 마치고 문득 든 생각이 스스로 창작자로서 틀이 생긴 것 같았다. 조금은 다른 맥락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고, 그때 ‘독전’을 만났다. 운명같은 만남이랄까?(웃음) 그래서 욕심을 더 냈던 것 같다.

  

Q. 사실 감독, 각본가 이해영은 코믹하고 따스한 작품을 만드는 이미지였다. 그래서 ‘독전’이 더 의외로 다가오는데,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가장 큰 끌림은 무엇이었을까?

A. 그래서 “‘독전’의 가장 큰 반전은 이해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웃음) 사실 내가 어릴 적엔 홍콩누아르의 전성시대였다. 자연히 나도 그런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이전에도 범죄물 영화의 연출 제안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고사를 했었다. 그런데 ‘독전’은 그 장르 안에서도 정서적인 면이 생생해서 시나리오가 무척 잘 읽히더라.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 거의 없이 바로 달려들었다.

 

Q. 전작 ‘경성학교’에선 미스터리물을 멋스럽게 만들었고, 이번엔 범죄물까지 섭렵했다. 이젠 ‘종잡을 수 없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든다.

A.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흥행을 한 적이 없다.(웃음) 이번엔 상업성을 입증해야하는 기회로 생각했다. 나도 그렇고,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해영에 대한 틀이 있던 것 같다. 그 틀을 깨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던 게 사실이다. 사실 내 장래 목표가 70대가 됐을 때 조지 밀러 감독 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 이번 ‘독전’이 그 시작점이 될 것 같아서 내겐 또 하나의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앞으로의 이해영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

 

Q. ‘조지 밀러 같은 감독’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도 되는 걸까?

A. 그렇다. 먼 훗날 내 필모그래피를 모아두고 봤을 때, 사람들이 ‘이해영이라는 감독이 여러명인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웃음) 상상도 못한 다양한 장르를 많이 해보고 싶다. 나는 그 많은 작품 중에 가느다란 실처럼 있고 싶다. 탄탄한 잣대를 갖고 끊임없이 창작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인정받고 싶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허승범(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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