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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강릉 노파 살인사건...경찰 부실 초동대처, 함정수사로 13년 미제 [종합]

부실한 초동대처와 함정수사가 한 할머니의 처참한 죽음을 13년간 미제 사건으로 봉인시켰다.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3년 전 발생한 강릉 노파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2005년 5월 강릉의 조용한 농촌마을. 그날 오후 4시께 할머니에게 빌린 돈 20만원을 갚으러 갔던 이웃은 거실 문이 열려있어 들어갔다가 주검을 발견했다. 할머니는 양 손과 두 발, 입과 눈, 코까지 얼굴 전체에 테이프가 감겨 있는 상태였다. 일부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하려는 듯 얼굴 전체를 테이프로 감아뒀다.

시신 부검 결과 구타에 의해 다수의 갈비뼈 골절이 있고 등쪽에는 구타로 인해 후복막강 출혈, 신장 주변 출혈이 심했다. 얼굴에 울혈과 이로 인한 정출혈, 질식 소견도 함께 관찰됐다.

양손과 두 발을 테이프로 단단히 감은 범인은 전화선, 휴대폰 충전기 선을 이용해 할머니 손을 다시 결박했다. 사라진 것은 할머니가 몸에 착용하고 있던 금반지와 금팔찌 뿐 30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도장은 그대로였다. 백주대낮에 발생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지난해 9월 이 사건이 다시 주목 받았다. 시신 옆에 있던 롤테이프의 안쪽, 지관이라는 곳에서 1cm 남짓 쪽지문이 발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용의자 정씨가 검거됐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는 무죄였다. 국민참여재판에서 9명의 배심원 중 무려 8명이 정씨는 살인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황준식 전 강원경찰청 미제팀장은 "장갑을 착용하면 접합면을 찾기 어려우니까 장갑을 꼈던 범인이 일시적으로 벗어놓고 결박할 때는 다시 장갑을 착용하고 결박했던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과거에 절도 전력이 있었고 이 건과 유사하게 부녀자를 폭행한 다음에 제압해서 금품을 훔쳐 나와 구속됐던 전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오토바이에 테이프를 놓고 다녔는데 오토바이를 도난당했는데 누군가 훔쳐서 범행했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 조사 결과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국과수 거짓말 탐지기에서도 정씨의 대답이 거짓으로 나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정씨를 찾았고, 정씨는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쪽지문이 조작됐다는 것과 아울러 자신은 강릉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5년께 동해에 살던 정씨와 헌옷수거 일을 함께 했다는 지인은 사건 발생지 주변엔 가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으며, 동거녀의 술집이 잘돼 강도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폭행해 제압한 후 테이프로 급한 대로 감고 움직이지 못하고 케이블로 다시 감은 거다.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거라고 보인다. 왜 목졸라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데서 범행 동기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장씨 할머니 사진을 정씨에게 보여주자 정씨는 "이분이? 나이 더 먹었던 것 같은데. 돌아가진 사진 보여줬는데"라고 말했다. 그리곤 "그 여자분이, 그 사람이 다 시인했다고 한다. 내 앞에 잡힌 그 사람인지 시인 다 했는데 번복한 거다. 그래서 풀려난 거다"고 묘한 말을 남겼다. 초동 수사 당시 장씨 할머니를 죽였다고 자백까지 했던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13년 전 이 사건의 용의자로 자백까지 했던 여성. 경찰은 왜 그녀를 용의자로 지목했었을까. 싱크대 위 설거지가 되지 않은 커피잔에 묻은 립스틱 때문이었다. 립스틱의 주인공은 장씨 할머니와 수양딸처럼 가깝게 지내던 박씨였다. 박씨는 사건 한달여 후에 체포됐고 그녀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으며 할머니의 장신구는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담당 검사는 박씨를 돌려보냈다. 김완규 당시 검사는 "사건 상황과 박씨 이야기가 안 맞았다"고 말했다. 폭행하고 결박했다고 보기에 용의자 박씨는 장씨 할머니보다 왜소했고 범행 도구도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가 버렸다는 곳에서 금반지, 금팔찌도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커피잔 립스틱도 박씨와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김완규 검사는 "스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스님이 그 죽은 할머니가 이 집 막내아들을 노리고 있다. 당신이 빨리 경찰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 빨리 들어가라. 그 직후 경찰이 집에 찾아왔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허위 자백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씨를 찾아온 비구니 스님의 정체는 더 놀라웠다. 박씨를 최초로 긴급체포한 전 모 형사의 누나였던 것. 박씨는 이후 혐의를 계속 부인했다.

제작진은 동네를 떠난 박씨 부부를 찾았다. 박씨가 허위자백을 한 것은 무당, 비구니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날 사람 취급도 안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 법에서 가려주겠지 하고 들은 대로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날 가지도 않았고, 커피잔으로 뭘 마시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범인으로 몰렸던 이유는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범인을 면식범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왜 오랫동안 면식범으로 확신했을까. 제작진이 초동 수사를 했던 경찰들을 찾아갔지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누나인 비구니 스님까지 동원했던 경찰은 퇴직 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객관적인 물증보다 사건의 정황, 개인의 직관에 집중한 수사로 인해 미제사건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용원중 기자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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