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카잘스 국제첼로콩쿠르 우승자 문태국(24)과 ARD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위너 한지호(26)가 듀오로 만나 2018년 여름을 불사른다.

 

첼리스트 문태국(왼쪽)과 피아니스트 한지호/ 사진=이진환(라운드테이블)

10주년을 맞은 ‘디토 페스티벌’(6월7~23일)의 일환으로 오는 8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교감을 이룬다. 지난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워너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녹음을 진행한 두 연주자는 듀오 리사이틀로 앙상블의 실체를 공개한다. 컬러 톤을 맞춘 캐주얼한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문태국 한지호와 핫플레이스 성수동에서 마주했다.

한지호와 합을 맞춘 문태국의 첼로 소나타 앨범에는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비롯해, 베토벤 첼로소나타와 소품들이 수록됐다. 음반은 연말께 월드와이드 발매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제가 카잘스 콩쿠르 우승자이니 만큼 파블로 카잘스가 생전에 자주 연주했던 곡이나 첼로 레퍼토리에 영향을 끼쳤던 곡들 위주로 선곡했어요. 카잘스 오마주와 같은 음반이 될 거 같아요. 카잘스가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및 평화를 위해 편곡해서 자주 연주했던 민요 ‘새들의 노래’로 할까 고민 중이에요. 남북화해와 평화 무드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시대이니 만큼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요.”(문태국)

녹음은 문태국이 수학한 보스턴의 프레이저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천장이 높아 울림이 적당하고 음향이 훌륭한 홀이라 빠른 속도로 레코딩이 진행됐다. 녹음 1주일 전부터 매일 리허설을 했고, 녹음에 들어가서는 오후 시간만 활용했음에도 3일 만에 일사천리로 마쳤다.

 

 

“처음에는 프레이즈 안에서도 어떤 부분이 강조되는 게 더 좋은지 등 서로 생각하는 호흡이 다른 상태로 시작했는데 빠르게 맞춰간 것 같아요.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과 연주하는 걸 좋아해요. 각 연주자의 색깔에 있어 배울 것도 많고요. (문)태국이는 첼로라는 악기가 가진 중저음의 매력, 사람을 끌어안아주는 매력을 잘 살리는 연주자예요. 그의 첼로 사운드를 듣고만 있어도 좋았어요.”

“지호 형의 솔로 연주를 몇 차례 봤었고, 같이 연주했던 적도 있어요. 형이 추구하는 음악의 자연스러움이 말 그대로 연주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죠. 피아노만의 청량감, 테크닉, 색깔 등등 다방면에서 뛰어나요. 날씨 좋은 날,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와 같은 음악...편안함과 힐링되는 느낌이 좋아요. 이번에 뭔가를 맞추려는 인위적인 시도 없이 자연스럽게 맞춰져서 좋았어요.”

이번 공연에서 문태국은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1번, 한지호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시카’를 솔로 연주한다. 함께 호흡을 맞출 곡으로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첼로소나타와 풀랑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선택했다.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솔리스트들이 다른 연주자와 ‘합’을 맞출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저의 경우 상대가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해요. 호흡이 자연스럽다면 어떤 스타일 의 연주라도 다 녹아들거든요. 인위적인 연주 스타일이라면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지만 화학적 결합 이루기가 쉽지 않아요.”(한지호)

 

 

“음악적 개성일 수도 잇으나 원하는 게 너무 확실하거나 투철하면 힘들더라고요. 서로 호흡을 맞출 때 뭔가를 고집하는 성격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와 의견을 맞출 수 있을까, 편하게 음악을 연주할까를 중시해요. 성격적인 면도 참 중요한 듯해요. 다행히 저희는 미적지근한 성격이랍니다. 하하.“(문태국)

듀오 리사이틀이니 서로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레퍼토리 설정에 공을 들였다. 먼저 아주 대비되는 작곡가 바흐와 스트라빈스키를 정했다. 이들과 또 다른 매력의 곡을 고민하다가 완전히 다른 색채의 프랑스 작곡가들로 눈을 돌렸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 드뷔시와는 또 다른 반전매력을 지닌 폴랑을 고름으로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프로그램을 짜게 됐다.

“1, 2부로 나눠 보면 바흐와 드뷔시가 비슷한 언어를 지니고 있어요. 음표가 폴랑처럼 많은 게 아니라 함축적이에요. 두 작곡가 모두 함축적 음들을 써서 많은 감정과 세계를 표현하죠.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프랑스 파리에 살았고, 그의 발레곡은 무중력의 발레 동작처럼 들으면 청량감이 느껴져요.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뤄진 듯해요.”(한지호)

“이번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이 행복함을 느꼈으면 해요. 매 연주회에서 소망하는 것이기도 하죠. 프로그램을 색채감 있게 다양하게 구성해서 좋든 싫든 앉아서 들어야 하거든요. 내가 알지 못했던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면을 느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걸작들을 잘 표현해서 작곡가들이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문태국)

 

 

한지호는 지난 3월 홍콩, 대만,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하고 있다. 10년째 독일 유학 중인 그는 틈이 나면 유럽 일대를 누비며 미식여행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추어스 맛집 경험을 했다고 자랑한다.

“명목상으로 아직 학생이에요. 학업은 내년에 끝낼 수도 있고요. 얼마 전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 3곡을 한 공연에서 연주했고, 현재 독일 작곡가들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해서 리사이틀을 준비하고 있어요. 작품과 함께 성장해가면 어떨까 싶어서요.”

문태국은 지난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 활동을 마치고, 올해 4월 니콜라이 즈나이더가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과 협연을 선보였다.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를 사사한 그는 오는 8월 석사과정에 들어간다. 학교 및 체류지를 미국 동부에서 서부인 LA로 옮길 계획이다.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밝아져서 다시 한국에 왔으면 좋겠어요. 2016년에 결혼했는데 이후 심리적 안정 덕분인지 편한 마음으로 연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매사에 자신감도 생기고요. 시간이 나면 게임, 책, 영화를 많이 봐요.”

10년 넘게 타향살이 중인 문태국과 한지호. 첼로 vs 피아노, 미국 vs 독일, 매리드 vs 싱글 등 다른 면이 많아도 클래식 음악 그리고 연주자 길을 항한 시선은 한군데로 맞춰져 있다. ‘진정성’이다.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그 음악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고,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은가에 대한 문제다.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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