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국사, 세계사 시간이 가장 싫었다는 성인들도 각종 사극은 재미있게 본다. 심지어 역사적 배경이 생소한 일본 전국시대, 이탈리아 로마 시대 이야기도 드라마로 접하면 앞뒤 따지지 않고 흥미롭다. 

이렇게 드라마가 손쉬운 접촉의 수단이라면, 만화로 쉽게 풀어놓은 역사서는 드라마가 뿌려 놓은 흥미를 ‘심화학습’으로 이어가게 도와준다. 스타 역사강사 설민석의 강의를 굳이 찾지 않아도, 여가시간을 지식으로 살찌워 주면서 재미까지 잡은 웰메이드 역사 만화들이 있다.

이 책들은 도서관에도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권수가 많아 구입해야 하는 부담 또한 내려놔도 된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역사 가이드 끝판왕, ‘십팔사략’(고우영)

은근히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중드(중국 드라마)’ 시장에 입문했다면, 한국 성인 극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고우영의 ‘십팔사략’을 일독하면 좋다. ‘십팔사략’은 저자 증선지가 삼황오제 시대부터 송나라 때까지의 18가지 사서를 엮은 책으로, 번역서 역시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만화판 ‘십팔사략’ 만큼 흥미진진하면서도 머리에 쏙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특히 ‘삼국지’를 비롯한 저자의 다른 역사 만화들보다도 한층 더 발전한 화풍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복잡한 중국 왕조의 변천과 여러 시대를 풍미한 다채로운 인물들에 대해 완벽 정리해준다. 

 

사진='십팔사략' 표지

 

●조선시대 사극의 동반자, ‘조선왕조실록(박시백)’

현대와 가장 가깝고 그만큼 친숙한 만큼,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도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것이 조선시대다. 그러나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시대들만이 여러 차례 조명받을 뿐, 전체적인 흐름을 꿰고 있지 않으면 언제가 앞이고 뒤인지 시간 순으로 정리조차 쉽지 않은 이들도 많다.

조선시대의 흐름이 영 헷갈린다면, 조선왕조의 공식 기록을 충실하게 만화로 재현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볼 만하다. 실록의 내용을 재현하면서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실록이 작성됐을 당시의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함께 들어가 있어 쉽게 조선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인물임에도 만화 캐릭터로서도 매력이 넘치는 역사 속 인물들도 볼거리다. 

 

사진='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표지.

 

●흐름이 머리에 들어왔다면, ‘조선왕조실톡(무적핑크)’

조선왕조의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혀있다면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공전의 히트 웹툰으로 꼽히는 ‘조선왕조실톡’을 읽을 차례다. 작가 ‘무적핑크’가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이 스마트폰과 각종 SNS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신세대 감각에 맞게 기발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카카오톡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들에, 정확한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 ‘팩트’가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여전히 연재 중이며, 단행본으로도 7권까지 출판돼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15~2016년에는 ‘툰드라쇼-조선왕조실톡’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원 소스 멀티유즈’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조선왕조실톡' 표지.

 

●애들 책이라고? NONO…’용선생 한국사&세계사’ 

어린 시절 학습 만화를 보다가 공부와 관련이 있는 내용은 그냥 휙휙 넘겼던 기억이 있는 성인이라면 ‘학습 만화는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습 만화들도 세월과 함께 진화했다. 읽기 싫은 ‘학습 코너’를 만들기보다는, 내용 전개에 필수적인 사항들에 학습적인 요소를 녹여 흥미롭게 읽는 가운데 흐름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트렌드다.

초등 중학년 이상에게 큰 인기를 얻은 ‘용선생 한국사’와 ‘용선생 세계사’가 그런 최근 학습만화의 대표 격이다. 역사 선생님인 ‘용선생’과 제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역사의 현장으로 내던져져 당시의 시대상을 체험하는 스토리로 몰입감을 강화했으며, 펼쳐지는 사건들 역시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식이 아닌 직접 겪는 방식이다. 한국사의 경우 석기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폭넓은 내용을 다룬다. '도날드 닭'으로 유명한 이우일 화백의 재치있는 캐릭터들과 충실한 배경 그림도 눈길을 끈다. 

 

사진='용선생 한국사' 표지.

 

●야사를 사랑한다면…’맹꽁이 서당 & 인물열전(윤승운)’

조선시대 ‘야사’에는 현실과 픽션이 뒤섞인 듯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종종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 전지현 주연의 2016년작 '푸른 바다의 전설'은 야담집 '어우야담'의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한국 만화에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으로 이 ‘야사’를 풀어낸 거장의 작품이 존재한다. 지금도 초등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과 ‘맹꽁이 인물열전’ 시리즈다.

특유의 명랑만화 그림체에 구수한 해학, 다채로운 역사적 사실, 한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까지 합쳐져 있다. 어렸을 때는 그 모든 면모를 다 잡아내지 못하고 그저 재미있게만 봤다면, 성인이 되어 보면 그 폭넓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고려&조선의 통사를 훑고 싶다면 ‘맹꽁이 서당’을, 인물 야사에 흥미가 있다면 ‘인물열전’이 취향에 맞다. 일반 역사서에는 없는 조상들의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야사는 TV 예능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 

사진='맹꽁이 서당' 표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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