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에만 온전히 맞춘 우아한 ‘혼밥’이냐, 소중한 사람과 다정하게 먹는 ‘집밥’이냐. 자신의 실제 상황과 관계없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 대다수 사람들의 선택은 뭘까요. 

 

사진=일본 TV 도쿄 '고독한 미식가' 시즌 3

 

아마 상당히 고르기가 힘들 겁니다. 그 선택이 어렵기 때문에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상징하는 ‘혼밥’ 문화가 대인기인 반면, 혼자 밥을 먹기 싫은 이들을 위한 ‘소셜 다이닝’이라는 문화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적어도 저녁 식사는 보통 온 가족이 하게 되는 4인 가족의 구성원인데도, 스스로가 ‘고독한 미식가’의 삶을 살고 있음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긴 하지만, ‘세상은 어차피 혼자’임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패류의 황제’로 불리는 전복 가격이 하락했다기에 큰 마음 먹고 주문을 넣었습니다. 기대한 대로 손바닥만한 활전복이 싱싱한 상태로 도착했지만 기뻐하는 사람이 주문자인 필자뿐입니다. 

진땀 흘리며 전복과 껍질을 분리하고, 내장은 따로 떼어내 냉동하고, 살은 전복회, 버터구이, 전복죽 등으로 온갖 변주를 해서 식탁에 내놔 봤지만 감동하는 사람 역시 필자 혼자입니다.

가족들이 해산물을 평소 좋아하지 않는 가운데, 나 혼자 해산물 애호가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냉장고 속 전복만이 진정한 친구로 느껴지더군요. 

전복 요리를 앞에 놓고도 남은 배달 치킨에만 손을 뻗는 가족들을 보며 ‘왜 이 불쌍한 중생들은 맛이라는 걸 모르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 혼자 많이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됐다!’는 없던 욕심까지 교차합니다.

흔히 가족과 도란도란 식사하는 식탁은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처럼,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는 ‘엄마의 집밥’을 모두 맛있게 즐기는 자리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당연히 현실과 드라마는 다릅니다.

요즘 맞벌이 가정에선 엄마보다 아빠가 요리 실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거나, ‘왜 하필 엄마가 집밥을 선보여야 하느냐’는 불편한 시선은 일단 차치하고, 가족이라도 음식 취향부터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메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메뉴를 계속 상에 올리다보면 특별히 좋아하는 메뉴라도 자주 못 먹게 되는(아니면 전복 2kg를 며칠에 걸쳐 혼자 먹어야 하는) ‘고독한 미식가’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거야말로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나 할까요. 

먹방 트렌드와 함께 혼자 먹더라도 멋진 테이블 세팅과 함께 건강하고 자기 취향에 맞는 식사를 하겠다는 1인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온전히 내 입맛만을 위한, 우아한 나만의 식탁이라니 ‘고독한 미식가’ 입장에선 참 상상만 해도 달콤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가장 맛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만일 1인 가구로 산다면 나 하나만을 위해 그렇게 테이블을 차리고, 먹고, 뒷정리까지 할 것 같지가 않다는 점이 함정이네요. 

‘고독한 미식가’도 사실 나쁘지는 않지만, 중국 춘추시대의 거문고 달인 백아가 내는 소리를 친구 종자기가 알아주었듯이 내가 사랑하는 이 맛을 똑같이 즐겨주는 ‘동반자 미식가’가 좀 있었으면 하는 과한(?) 욕심을 부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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