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가 맹렬한 속도로 ‘전지적(全知的)’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기존 관찰예능 단계를 뛰어넘어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그의 내면세계까지도 분석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정신과의사 등을 출연시켜 ‘분석질’을 해대고, 연예인 패널들은 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총동원해 말을 보태며 훈수를 둔다.

 

 

잠시 방송 중단 중인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채널A의 ‘하트 시그널 시즌2’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전지적...’이 연예인과 매니저의 내밀한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민다면, ‘하트 시그널’은 일반인 이성 간의 로맨스를 주제로 한 관찰예능이다.

요즘 가장 ‘핫’한 예능 ‘하트 시그널 2’의 경우 시청률은 2.5%(닐슨코리아)에 불과하지만 온라인 화제성은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이 부럽지 않다. 열광의 세기로 따지면 꽤 성공했던 시즌1보다도 강렬해 하루 결방이라도 한 날엔 항의 댓글이 넘친다.

이 프로그램은 한 달 동안 8명의 남성과 여성이 2층짜리 널찍한 단독주택에 모여 살며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 썸을 타는 임무에 집중하는 과정을 다룬다. 무엇보다 입주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훈훈한 외모의 한의사 김도균, 뛰어난 언변을 갖춘 IT 스타트업 CEO 정재호, 스물다섯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뇌섹남 대학생 이규빈, 다재다능함에 모성본능 자극 매력까지 갖춰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식당 오너 김현우, 미국 유학파 출신 커리어우먼 오영주, 사진작가 겸 모델 김장미, 동안 미모의 여대생 임현주, 청순한 배우 지망생 송다은 등 뛰어난 스펙은 물론 매력적인 외모까지 드라마 남주·여주 못지않다.

 

'하트 시그널 2'의 오영주와 김현우[사진=채널A 방송 캡처]

이들의 ‘썸’과 요동치는 사랑의 짝대기,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발산하는 설렘과 긴장은 리얼함과 동시에 대리만족할 판타지를 안겨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일반인들의 연애를 그릴 뿐인 ‘하트 시그널’에 심쿵 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SBS ‘짝’과 같은 히트 프로그램은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의 새로운 시도가 바로 ‘전지적’이다. 이성을 향해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기하는 다양한 감정은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이기에 숨겨지지 않은 채 순간순간 드러난다.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튜디오 패널들(윤종신, 이상민, 김이나, 양재웅, 소유, 원)은 이들의 표정, 시선, 세밀한 제스처까지 집중 분석하며 추이를 예측, 흥미도를 끌어올린다. 어느 순간엔 인간을 관장하는 신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언제까지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미지수다. 대상자와 관련한 모든 사실, 행동의 의미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해주면 알아듣기는 쉽지만 ‘극과 인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긴장하는 공감대 형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인 사생활의 공개와 공유가 자연스러워진 시대, 불확실성 시대의 욕망이 손잡고 탄생시킨 ‘전지적 관찰예능’은 신선도 지수 100에 이를 만큼 현재 파워풀하다. 이 인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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