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아티스트 서현석

“꿈을 이루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 : 그것은 실패의 두려움” - 파울로 코엘류

‘인디팬던스 데이: 리써전스’ ‘닌자 터틀2’에 참여하며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인 청년이 있다. 파울로 코엘류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3D 아티스트 서현석(32·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 독창적인 시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3D 아트’가 한국에선 좀 생소한데요. 어떤 작업인가요?

=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필요한 CG의 컨셉 디자인, 화면에 보여지는 가상물체의 형체와 질감, 색채 등의 작업을 하는 에셋 제작(3D Modeling), 시각적 요소를 조율하는 룩디벨롭먼트(Look Development) 등의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3D 아트가 게임, 애니메이션, 의료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영화 CG에 매료돼 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됐죠.

 

 

'인디펜던스 데이2' 퀸 초기갑옷 디자인

-한국에서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가셨는데, 어떤 계기로 건너 가신 거죠?

=학창시절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나오는 3D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쉽게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혀 다른 전공을 선택했었는데, 계속 미련이 남더군요. 그래서 29살 때 한국에서 건너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트 스쿨에 입학했어요. 공부하면서도 계속 옳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쉽지 않았죠. 그래도 그 어려움을 겪고 지금까지 와보니 행복하고 즐거워요!

 

-말도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경쟁이 많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감대, 그게 없어서 간혹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도 최대한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일에 관한 부분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성실성과 섬세함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만으로도 우리 한국인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닌자터틀' FootClan초기컨셉디자인

-지금 참여하신 ‘컨저링 2’나 ‘인디펜던스 데이 2’는 한국에서도 꽤 흥행한 작품인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세계 곳곳에서 제가 참여한 영화가 상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데, 한국에서까지 흥행했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좀 설레네요.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 분들이 많이 참여를 하고 계세요.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관람해주신다면 더 많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한국에 가서 제가 참여한 영화를 관객 입장에서 본다면 흐뭇할 것 같습니다.

 

-최근 세계 영화 시장에서 한국 감독들이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데,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 있으세요?

=어떤 분이든 함께 작업한다면 영광일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전공이 CG이다보니, ‘괴물’이나 ‘설국열차’에서 CG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던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어요. 봉 감독님이라면 화려한 CG에 탄탄한 스토리까지 얹어서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주실 것 같네요. 나중에 혹시 ‘괴물2’나 ‘설국열차2’를 제작하신다면 3D 아티스트로서 꼭 만나 뵙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 분명히 힘든 일일 것 같아요. 요즘 한국에선 ‘흙수저’ ‘3포세대’라며 자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실이 어려워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죠. 저도 한국에서 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오면서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인, 공무원을 준비해야하는 것 아닐까?’ 하고요. 조심스럽게, 한국의 모습이 다 남들처럼 살겠다는 생각에서 나타난 현상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사는 방식을 따라간다면 내 꿈에서 멀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틀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틀 밖의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좇는 멋진 삶. 지금도 충분히 멋지지만 10년 후 자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다른 목표나 꿈이 있을까요?

저도 아직은 꿈을 좇는 입장입니다. 아직 찾아가는 길이죠. 현재는 영화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3D 아티스트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마 평생 공부하고 스스로 개발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내 모습’이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저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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