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본에서 발생한 한국인 여성 박꽃수레 실종 사건에 대해 파헤쳤다.

 

 

박꽃수레씨의 아버지는 딸의 신상이 담긴 서류를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딸은 일본에서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이혼을 한 상태였다. 딸이 실종되기 얼마 전 사망한 두번째 남편까지 모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아버지의 영향으로 박꽃수레씨는 성년이 되자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한일간 국제결혼 주선 업체에서 통역 일을 한다던 딸은 정작 자신의 결혼과 이혼은 숨겼다. 2016년 6월 말, 외삼촌 장례식 참석 차 3일간 한국에 머문 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출국 당일 가족과 두 차례 통화를 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가족들은 일본 경찰말만 듣고 기다리다 700여일이 지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일본으로 건너가 실종 직전까지의 행적을 추적했다. 박꽃수레씨는 후쿠시마시 아라이 지역에서 사토 다카시란 남성과 2년에 걸쳐 결혼생활을 했다. 남편은 풀을 태우려 피운 불이 하반신에 옮겨 붙어 응급실로 실려간지 얼마 후 사망했다. 박꽃수레는 사토 다카시의 집과 토지 등을 상속받게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행방불명 됐다.

2016년 7월6일, 집안 조명과 에어컨을 켜둔 채 나간 것으로 봐 간단한 용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행적이 포착된 것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였다. 흐릿하게 찍히긴 했지만 박꽃수레 차량 안에는 한 남성이 있었다. 경찰이 주변 관계를 조사하던 중 한 남자가 유력 용의자로 부상했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9월24일 한국 국적 이성재(가명)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박꽃수레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고 박꽃수레의 신용카드는 물론 남편 사토 다카시의 신용까지 도용한 인물이다. 정리하자면 2016년 7월6일 오전 두 사람은 함께 박꽃수레 차량에 탑승해 있었다. 오토바이 용품을 사고 주유를 하고 호텔에 투숙할 때는 박꽃수레 없이 이성재 혼자였다. 박꽃수레 생존 흔적은 2016년 7월6일이 마지막인 것이다.

박꽃수레씨가 한국에 남긴 48통의 편지를 보면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이성재씨가 박꽃수레씨에게 보내온 것들인데 서로를 부부처럼 호칭했다. 당시 이씨는 일본에 있는 어머니로부터 유산 6억원을 상속받기 위해 사망진단서 위조를 한 혐의로 강릉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2012년 5월 이성재가 출감한 뒤 얼마 안 돼 두 사람이 헤어졌다. 이별 후 이씨는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고 박꽃수레씨도 결혼했다. 박씨의 지인은 두 사람이 다시 이어진 데는 돈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2016년 4월 박꽃수레씨 남편이 사망한 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가까워졌고, 이성재는 박꽃수레씨에게 500만엔(약 5천만원)을 예치하면 장기 거주 비자를 발급해주는 일본의 법을 말했다. 박꽃수레씨는 이성재의 말을 믿고 500만엔을 건넸다. 일본 경찰은 이씨를 체포했지만 직접 살인과 유기 증거를 찾지 못해 그를 사기와 횡령, 절도 혐의로만 기소했다. 후쿠시마 법원에서는 절도만 인정했다. 이성재 씨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이성재씨는 출소 후 자신의 기사를 올린 SNS마다 방문해 답글을 남겼다. 신용카드는 박꽃수레씨가 빌려준 것이고 박씨는 지인들에게 빚을 진 뒤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선 교수는 "박씨의 것뿐만 아니라 박씨 남편의 신용카드까지 사용한 것은 박씨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취재 도중 이성재씨와 연관돼 있다는 또 다른 실종사건이 거론됐다. 2008년 10월 실종됐던 24세 한국인 유학생 김영돈씨가 2010년 6월 일본 미야기현 대나무 숲에서 사체로 발견됐고 2016년에야 신원이 확인됐다는 기사였다.

 

 

김영돈씨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친해졌던 이성재씨는 당시 김영돈씨가 잠시 바람을 쐬러 갔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녹취 파일 속에서 이성재씨는 "실종 이후에 내가 영돈이를 만났으니 죽었다 할 순 없다. 영돈이는 살아있고 죽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성재씨는 김영돈씨 실종 2년6개월 뒤 가족들과 만나 고민이 많아 가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재씨 지인은 "내가 알기론 이성재가 파친코를 한다. 소문에 의하면 영돈이가 돈을 달라고 했다. 이성재가 후루카와에서 줄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 다음에 영돈이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재씨가 돈을 준다며 어머니가 있는 후루카와로 김영돈씨를 불러낸 것이었을까.

김영돈씨 가족이 의심하기 시작하자 이영재씨는 목격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여성은 실종 1년여 뒤 김영돈 씨를 만났다고 했다. 이성재씨가 그날 데리고 나온 여성은 박꽃수레씨였다.

제작진이 만난 이성재씨는 "경찰서에 6개월 간 잡혀갔다 왔고 말도 안되는 걸로 취조 받았다. 부인이랑 이혼도 했고 애도 못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가 제일 찾고 싶으니까 언젠가 나타나겠지. 내가 죽인 게 아니니까. 경찰은 꽃수레 남편도 내가 죽였다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기밀수사를 고집하던 일본 경찰은 최근 태도를 조금 바꿨다. 과연 일본에서 연이어 벌어진 사망, 실종사건의 범인은 의심 투성이인 이씨인 것일까. 그는 과연 한일 공조수사에 의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건인지에 시청자의 관심이 치솟았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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