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내상 우현과 정치인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년 전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그곳에서 현장을 기록했던 파란 눈의 사진사와 재회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11일 밤 방송된 ‘MBC스페셜’ 6월항쟁 특집 ‘어머니와 사진사'는 1987년 6월, 독재정권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중 직격 최루탄을 머리에 맞아 쓰러진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 학생의 어머니와 당시 시위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던 미국인 포토그래퍼 킴 뉴턴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오늘. 거리의 외국인 저널리스트는 미국 아리조나주의 한 대학 교수가 됐고,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거리의 투사로 변신했다. ‘어머니와 사진사’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기억하는 87년의 6월, 이들이 살아온 31년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1985년 당시 미국인 사진작가 킴 뉴턴은 '르 피가로' '타임' '뉴스위크' 등의 유명 잡지사를 위해 일하는 도쿄 주재 특파원이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이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1986년 봄, 한국 관광홍보 사진을 찍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의 관광지 사진이나 한국의 경제 발전상황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 산업단지와 공단을 찍던 그는 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으로 한국의 정치상황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자 취재를 위해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매일매일 빠짐없이 서울의 시위 현장을 찾았던 그는 최루탄을 맞은 22살의 젊은 학생이 결국 세상을 떠나버린 날에도 연세대 앞에서 이한열을 애도하는 학생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학교 앞은 전경들과 학생들로 가득했고 학생들의 외침에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외침이 멈추고 친구 이한열을 애도하는 묵념과 함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에 한 학생이 든 태극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킴 뉴턴은 바람이 태극기를 펼쳐주기를 기다렸고 완벽한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바람이 만들어준 이 사진은 유명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 ‘이주의 사진 (Photo of this week)’으로 선정돼 당시 한국의 정치상황을 전 세계에 알렸다. 훗날 사진 속 영정을 든 총학생회장 우상호는 국회의원이, 태극기를 든 사회부장 우현은 유명한 배우가 됐다.

그리고 2017년, 그가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을 찾아 연세대 동산에서 열린 고 이한열 열사 추모 현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배은심 여사 그리고 연세대 동문이자 절친 사이인 우상호 의원과 배우 우현 안내상과 손을 부여잡았다. 화제의 사진을 배은심 여사를 비롯한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선물한 킴 뉴턴은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그날을 기억했다.

2007년 모교의 교수가 된 킴 뉴턴이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은 ‘6월 항쟁 30주년’을 맞은 작년이었다. 서울의 거리는 최루탄 대신 서로 다른 구호가 쏟아지는 태극기와 촛불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30년 전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투쟁해 이끌어낸 민주주의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고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전했다. 

 

지난해 6월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 항쟁 기념식에서 킴 뉴턴이 1987년 자신이 찍은 사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한편 1987년 항쟁부터 2017년 촛불집회까지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 민주화운동 30년사를 담은 6월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 ‘어머니와 사진사’는 제작진에 의해 촬영이 시작됐으나 MBC 경영진이 제작을 중단시켜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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