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독전’은 캐릭터들의 경합이었다. 주연배우들은 물론이고 보령 역의 진서연, 그리고 농아남매를 연기한 이주영과 김동영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떻게 이런 배우들만 모아놨나 싶을 정도로 ‘하드캐리’의 향연이었다.

농아남매를 연기한 이주영과 김동영은 오직 몸짓과 표정만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다. 농아라는 설정만으로 배우에게는 부담이 될 소지가 있었지만 이주영은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집중했다.
 

“수화를 온몸으로 하는 대화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무덤덤하게 연기를 하는 편이어서 막막 하더라고요. (김)동영이는 15년 된 베테랑 배우다보니까 곧잘하는데 저는 힘들었어요. 스스로도 ‘못해내면 어떻게하지’ 싶고, 감독님도 캐릭터 설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실 정도 였어요. 감정이 북받쳐서 수화를 하다말고 화장실에 뛰쳐가서 울었던 적도 있어요. 다행히 전체 리딩 이틀을 앞두고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이주영은 현실에 기인한 캐릭터를 그려나가는데 집중했다. 그는 “청각장애인분들의 사회성 정도에 따라서 소리 표현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소리를 거의 안 낸다고 하셨어요. 연배가 높으시거나, 사회활동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소리를 많이 낸다고 들었어요. ’독전’의 농아남매같은 경우는 범죄집단, 폐쇄된 사회에서 살았으니까 아무래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거 같아서 후자에 캐릭터를 맞췄어요”라고 설명했다.
 

원작 ‘마약전쟁’에서는 농아남매가 아닌 농아형제가 등장한다. 이주영은 ‘독전’ 오디션 당시 여형사와 고등학생 배역을 두고 연기에 임했다. 이해영 감독이 농아형제를 남매 설정으로 바꾸며 이주영에게 기회가 닿았다. 이주영은 “‘마약전쟁’ 봤을 때부터 농아형제는 누가될까 했었어요. 혼자서 한국 배우들 중에 ‘이 사람이 어울리겠다’ 가상 캐스팅을 해보고 했었는데, 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털어놨다.

우여곡절을 거쳐 세상에 나온 농아남매를 본 사람들은 반응은 어땠을까. 이주영은 “저를 남자로 생각하셨던 분들도 있었대요”라며 미소 지었다. 마침 인터뷰 전날 이주영은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 ‘독전’을 다시 봤다고 귀띔했다.

“처음 봤을 때는 긴장을 해서 체했어요. 다시 관람할 때는 제가 놓친 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관객 입장이 되니 공간도 다양하고, 캐릭터들도 엄청나고,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엔딩크레딧 올라가는데 ‘내가 이 분들이 만들어놓은 영화에 색을 하나 칠했구나’ 싶었어요”
 

‘독전’에서 친한 친구사이로 등장했던 류준열, 김동영과 함께한 촬영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는 “촬영현장에서 분위기가 좋았어요. 노르웨이 촬영도 너무 재밌었어요. 사진도 많이 찍고, 놀러온 기분이었달까. 류준열 오빠가 워낙 친화력이 좋고 유쾌한 사람이라서 저희가 잘 따랐던 거 같아요”라고 회자했다.

영화에 대한 호평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지 물었다. 이주영은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마스크랑 모자를 쓰고 세무소에 갔는데 알아보시더라고요.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그때 좀 당황했어요”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한번은 버스에서 쪽지를 내미시는 분도 있었어요. 쪽지에 ‘실례가 안되면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돼 있어서 사인을 해드렸는데 그 분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제가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하고 싶냐는 말에 이주영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굿타임’의 코니(로버트 패틴슨 분), ‘다키스트 아워’의 윈스턴 처칠(게리 올드만 분)을 근래 본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영화와 연기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나가는 열정까지.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날 때는 ‘잘돼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이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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