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이 대세를 이루던 안방 극장에 다시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재벌 남자주인공이 캔디 여자주인공의 '인생 역전'을 이끌어내는 고리타분한 소재를 벗어나 한층 더 풍부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직업도, 나이대도 다양한 안방극장의 커플들. 그러나 모든 커플이 심쿵 모먼트는 아니다. 연기부터 비주얼까지 완벽한 찰떡 케미가 있는 반면, 시청자들에게 사랑의 떨림을 전하기에는 미흡한 커플도 있다. 드라마 속 커플들의 '심쿵지수'를 체크해봤다.

 

‘미스 함무라비’ 김명수♥︎고아라, 물과 불의 절묘한 균형
 

인형미모 고아라와 신몰남(신이 몰빵한 남자) 김명수의 만남으로 탄생한 ‘미스 함무라비’의 완성형 커플. 앞서 시대극에 도전했던 김명수는 현대극으로 넘어와 시니컬한 판사 임바른으로 변신했다. 기존의 로맨스 타성에 젖지 않은 김명수의 서툰 연기가 오히려 임바른 캐릭터와 맞아 떨어지며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고아라가 연기하는 열정넘치고 감정적인 박차오름과 임바른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점이 ‘미스 함무라비’의 관전 포인트. 꼭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이미 물과 불, 두 사람의 캐릭터가 이루는 균형이 완벽하다는 느낌을 준다.

 

‘무법 변호사’ 이준기♥︎서예지, 흐름 끊는 개연성無 로맨스
 

몇년 새 퓨전 사극에 몰두해온 이준기가 현대물로 돌아왔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함께 호흡했던 김진민 PD와의 재회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화제작. 거대세력과의 암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 봉상필(이준기 분)과 하재이(서예지 분)의 로맨스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극의 흐름이 명쾌하고 빠르게 흘러가며 봉상필과 하재이의 사랑도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감정선이 부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기력은 흠잡을 곳 없지만 복수의 대상이 같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커플이다.

 

‘너도 인간이니?’ 서강준♥︎공승연, 비주얼은 완성형 케미는 “?”
 

얼굴이 곧 개연성인 서강준과 통통 튀는 공승연이 ‘너도 인간이니?’에서 만났다. 로봇을 소재로 내세운 드라마들의 연이은 실패를 이겨내고 10%대 시청률로 순항중이지만 아직 로맨스는 검증이 어려운 상태다. 서강준이 ‘이 악 물고’ 로봇 남신과 인간 남신을 연기해내는 반면, 공승연의 연기력이나 캐릭터 묘사가 다소 아쉽기 때문. 아직 극 초반이기 때문에 향후 전개를 지켜봐야겠지만 두 사람의 조합이 어색해 러브라인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점이 숙제로 남게 됐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박민영, 비주얼+연기력=찰떡 호흡
 

박서준을 기대하고 봤다가 박민영에게 입덕한다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민영은 컴퓨터처럼 완벽한 일처리 능력을 자랑하는 김미소를 성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로코킹 박서준 역시 나르시시즘에 빠진 이영준을 능청스럽게 묘사한다. 밀당이 중요한 로맨스에서 완벽한 대사 ‘합’을 보여주며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비서’ 커플. 이태환(이성연 역)의 등장까지 예고되며 이 로맨스가 어떻게 나아갈지에 기대가 모아진다.

 

‘슈츠’ 박형식♥︎고성희, 멍뭉미와 차도녀의 이색조합 ‘토끼커플’
 

매일같이 죽느냐 사느냐 사선의 기로에 놓인 로펌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맨스를 담당하고 있는 박형식과 고성희. 아이돌 출신이지만 어느덧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해진 박형식과 탄탄한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고성희가 만나 ‘토끼커플’이 탄생했다. 멍뭉미를 대표하는 박형식과 성숙한 이미지의 고성희가 만나 커플케미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큰 비밀을 간직한 박형식(고연우 분),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고성희(김지나 분)의 모습이 텐션을 받으며 ‘슈츠’ 팬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어바웃 타임’ 이상윤♥︎이성경, 개성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조화의 늪
 

맞지 않은 캐릭터를 만난 탓일까? 모델출신이지만 ‘치즈인더트랩’, ‘닥터스’, ‘역도요정 김복주’를 통해 넘치는 끼를 보여줘온 이성경이 유난히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휘청이는 모양새다. 이런 느낌을 더욱 배가시키는 데는 남자주인공 이상윤과의 부조화도 한 몫을 한다. 이상윤은 앞서 최지우, 이보영 등 대게 무게감 있는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각자 떼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두 사람의 조화가 다음을 궁금하게 할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 사람의 수명을 볼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과 이 안에 적절히 녹아든 두 남녀의 사랑이 충분히 ‘띵작’의 기운을 풍기고 있음에도 2%대 시청률에 머무는 건 이런 이유 아닐까.

사진=각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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