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독보적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MORE 毛魚)의 삶과 예술을 감각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스토리텔링한 영화 '모어'가 오늘 개봉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애환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주인공 모지민을 만나 봤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A. 경기도 양주 사는 모지민, 모어다. 털난 물고기.

Q. 코로나 19로 공연계도 타격이 있었다. 현재 근황은 어떠한가?

A. 20년동안 이어온 드랙쇼를 코로나가 졸업시켜 줬다. 어떻게 할까 고민 중 작가의 소개로 크로키 누드모델을 하게 됐다. 공연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관객이 없다 보니 영상으로 찍어 올리기도 했다. 영상으로 촬영하니 기록도 되고 오히려 내 성향에 더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

Q. 드랙에 대해서 잘 모르는 팬들을 위해 설명한다면?

A. 드랙은 원래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비롯된 문화다. 요즘은 예술의 한 장르로 발전했다. 드랙퀸은 남성이 페르소나를 정하고, 여성성을 극대화 해 치장을 하고 노래 립싱크와 함께 춤을 추는 게 기본적 틀이다. 나는 낭독, 발레같이 나만의 퍼포먼스를 넣어 재해석했다.

Q. 여성성의 극대화라고 하니, 의상과 분장이 굉장히 화려하다. 직접 제작 한건가?

A. 직접 만들었다. 이사를 하며 버리려던 옷걸이를 재활용해 헤드기어를 만들기도 하고, 마스크를 이용하기도 했다. 드랙에 한계는 없어서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Q. 드랙과 춤을 통해 표현하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Q. 그렇다면 모지민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A. 이일화 감독과도 취향이 맞는데, 다소 ‘기이하고 낯선 것’ 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 같다. 괴짜같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보면서 낯설어 하고 어려워 할 때 통쾌한 기분이 들더라.

Q. ‘모어’ 제작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에 대해선 만족하는지?

A. 2017년 도쿄 공연 후에 내 사진을 찍은 작가가 이일하 감독과 인연이 있었다. 이일하 감독이 그 사진에 매료돼서 날 찾게 됐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역사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개봉까지 꼬박 4년이 걸렸고 지금까지 영화를 10번 정도 봤는데, 부끄럽긴 하지만 90%는 만족하는 것 같다.

Q. 영화에서도, 모지민이라는 사람의 삶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인 제냐다. 그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그와 함께하며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A. 98년도 12월에 바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 봤을 때는 외국인이 흔하지 않은 시기였고, ‘키다리 아저씨’를 만난 느낌이었다. 금발머리에, 키도 나보다 크고. 남편과 만난 후 입대 전인 99년에 대천해수욕장에 놀러간 적이 있다. 젊었고,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이었는데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해서 아쉽다.

Q. 부모님도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상에서는 사이 좋은 부모자식 관계였는데, 성소수자 가정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부모님과의 관계는 항상 순탄했나?

A. 생각해보면 그렇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아버지가 운전하는 경운기를 타고 찍은 장면이다. 집이 3남 1녀인데, 나를 제외한 형제들은 경운기를 다 운전할 줄 안다. 다른 부모였으면 나에게도 운전을 시켰을 법한데, 부모님은 그런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앉아서 소변을 보고, 누나의 치마를 입고 다녔을 때도 부모님은 항상 받아 주셨다. 감사하다.

②에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