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예능인지 멜로드라마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의 미나-류필립 부부 코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특히 연하 남편 류필립의 경우 존재 자체가 멜로물의 필요충분조건인 순정파 남자 주인공이다.

 

 

17살 연상의 섹시한 여가수 미나와 교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화제였다. 2014년 아이돌그룹 소리얼 멤버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8월 지인 모임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미나와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3개월 만에 군 입대했다. 지난해 5월 제대 후 ‘곰신’으로 자신을 기다려준 미나와 같은 소속사에 둥지를 틀며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을 선언했다.

지난 3월 혼인신고를 마친 뒤 미나와 동거 중인 류필립은 다음달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철없는 소녀 같은 미나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류필립의 단단한 사랑, 나이차에서 오는 갈등과 화해는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를 통해 고스란히 방영되고 있다.

요즘 20대처럼 잘 생긴 외모에 훤칠한 체격조건임에도 슬픈 눈망울에 감정이 차오르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의아했는데 아픈 가족사에서 기인한다. 아내와 남매를 놔두고 미국으로 이민 가 새 살림을 차린 아버지, 청소년 시절 가난 때문에 누나와 함께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학교 가는 시간 빼놓고는 죽도록 일만 한 고달팠던 미국 생활, 결국 누나의 가출에 이어 자신도 어머니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설상가상 13일 방송분에서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원래 자신을 낳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숨겨왔던 이야기를 듣고서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갈등과 가족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돈에 대한 고민에 나이 많은 아랫동서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많은 나이 차이, 집안의 반대, 주변의 시선과 같은 현실적인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어 자신의 사랑에 올인하는 용감무쌍한 자세나 연인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는 어느 새 류필립을 규정하는 요소가 됐다. 어려서부터 익숙한 옷처럼 함께해온 가난, 아버지의 냉대로 상처받은 과거는 슬픈 눈을 만들어줬지만, 타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배려하는 심성을 만들어줬다. 이와 같은 ‘조건’은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될 만한 ‘자격’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 풀 스토리가 가슴 저릿한 멜로물이고 성장 드라마다. 이날 방송편에선 중국 드라마 출연이 난관에 봉착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한국 드라마에서 ‘연기자 류필립’을 보고 싶다. 남발돼 어느 순간부터 식상해져버린 ‘진정성’이 장착된 생활연기를 접할 수 있을 테니. 일찌감치 가장의 무게를 선택한 서른살 청년에게 거는 기대다.

사진=류필립 SNS, KBS2 '살림하는 남자들2'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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