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의 비중을 떠나 관객이나 시청자의 눈에 ‘탁’하고 걸리는 배우가 있다. 통통 튀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이질감없이 작품에 녹아들어 되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배우. 김동영 역시 이런 부류였다. 반짝이는 신예같지만 그는 3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데뷔 14년차 베테랑 연기자다.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는 류덕환, 안재홍과 함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이후 tvN ‘혼술남녀’, ’터널’, ‘리턴’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안면을 익혔다. 비록 초반 죽음을 맞이했지만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는 소름끼치는 살인마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아는’ 배우였던 김동영이 이번 영화 ‘독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정식 데뷔는 ‘말죽거리 잔혹사’지만 1999년작 ‘내 마음의 풍금’ 아이들 중 한명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으니 인생의 대부분을 촬영장에서 보낸 셈이다. 현장의 타성에 젖을 법도 했지만 김동영에게서는 순수한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이 있는데 아직도 한 동네에 살아요. 다들 이사도 안 가요(웃음).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친구들 만나서 푸는 것 같아요. 물론 또래배우들이나 선배님과 친해지기도 하죠. 같은 작품 할 때는 서로 스케줄을 아니까 괜찮지만, 각자 다른 현장에 있으면 방해가 될 까봐 연락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노력보다는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보여주는 털털한 모습이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어려워할 줄 아는 세심한 면모를 사이사이 느낄 수 있었다.

“‘독전’ 끝나고 친구들 반응이요? 제 앞에서는 친구들이 작품 이야기를 안 해요. 지금보다 어릴 때는 친구들이 저를 다른사람한테 배우라고 소개하는 것도 싫어했어요. 친구들도 그런 면에 내성이 생긴 거 같아요. 그냥 작품보고 ‘올~’ 감탄사 한 번 해주면 잘 한 거에요. 배우 하려고 지방에서 서울 올라와서 대학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친구들이 항상 옆에 있으니까 그게 참 마음이 좋은 거 같아요”

유독 ‘위대한 소원’이나 ‘혼술남녀’ 등에서 친구들과 있는 장면이 편해보인다고 느낀 게 연기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한번쯤 해보고 싶은 장르를 물었을 때도 가족영화나 우정을 그린 가슴 따뜻한 작품들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로맨스는 어렵겠냐는 말에는 “저는 그런 거 없어요. 시켜주시면 다 해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배우라는 직업이 때로 불안정하다고 느끼겠다고 하자 김동영은 앞으로를 길게 내다보는 시선을 보여줬다. 그는 “술자리하면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고 또 배우는 정년이 없잖아요.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 정년이 있을테니까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제 친구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클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들 때문인지 실제 나이보다 다소 어려보이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김동영은 “나이 먹는 게 좋아요. 내 안에 누적되는 기분이에요. 경험치가 조금씩 올라갈테니까 나이 드는 게 나쁘지 만은 않을 거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반짝하고 사라지는 스타가 아닌 내실 좋은 배우라는 느낌이 확고하게 들었다.

“딱히 롤모델을 특정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만나는 선배님, 후배님들을 통해서 두루 배우는 거 같아요. 그게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연기적으로는 물론이고 그 분들의 행동, 성격 같은 것들을 통해서 배워나가고 있어요.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하시는 것들을 집중해서 보고, 또 듣고 있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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