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축구에 왜 이리 열광할까? 세계 최고 리그의 축구스타도, 조기축구회 아저씨도 룰 앞에서는 공평한 법.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약체에 속하던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던 것처럼 여전히 스포츠는 ‘기적’을 허용한다.

그리고 이 가슴 뜨거운 기적을 다룬 영화들이 있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달궈줄 축구영화들을 모아봤다.

♦︎ 슈팅 라이크 베컴(감독 거린다 차다, 2002)
 

영화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인도 소녀의 고군분투를 경쾌한 코미디물이다.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리는 것이 소녀 제스의 꿈. 하지만 인도계 영국인 소녀 제스가 부모님이 소원하는 법대 진학의 꿈을 접고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인다. 제스는 우연히 정식 여자축구팀의 눈에 띄며 정식 코스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발각되며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언니가 파혼에 이르게 된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인종과 성차별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코미디물로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등 ‘믿보배’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골(감독 대니 캐논, 2005)
 

‘골’의 주인공 산티아고 뮤네즈는 열 살의 나이로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잠입해 들어온 불법 이주민이다. 뮤네즈 역시 또래들처럼 ‘축구선수’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이 그의 앞에 놓여있다. 기적적으로 축구 선수이자 스카우트 담당인 영국인 글렌 포이의 눈에 발탁되지만 그를 향한 편견과 조롱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뮤네즈가 인간적 고뇌와 육체적 부상, 그리고 성공에 따른 세속적인 유혹, 진흙 구장과 매서운 바람, 심리적 견제를 견뎌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열혈 축구팬이기도 한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구단 뉴캐슬과 FIFA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만든 영화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 축구의 신: 마라도나(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2010)
 

마라도나, 축구를 몰라도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를 축구계의 스타로 급부상시킨 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이른 바 ‘신의 손’ 사건. 하지만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홀로 6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60미터를 달려가 추가골을 터트렸기 때문.

칸 영화제 2회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가 전대미문의 축구 선수 마라도나의 일대기를 다룬 타큐멘터리다. 감독은 유난히 구설이 많았던 그의 축구인을 산 마라도나를 자신과 가장 가깝게 닮은 인물이라 생각했다는 후문.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서로의 삶과 사상을 관통하는 공통점들을 찾아나간다.

 

♦︎ 맨발의 꿈(감독 김태균, 2010)
 

‘맨발의 꿈’은 동티모르의 ‘히딩크’로 불리는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때 촉망 받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사기꾼 소리를 듣는 전직스타가 인생역전의 마지막 승부수로 내전의 상처로 물든 동티모르행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마저 사기를 당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공항으로 향하던 길에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내전으로 인해 어른들의 상처를 이어 받은 소년들은 서로 패스조차 하지 않는다. 운동장에 서면 미국 애들이나 일본 애들이나 다 똑같다는 마음으로 일구어낸 기적같은 실화를 그려낸다. 명품배우 박희순과 고창석이 출연하고 아역들의 깜짝 연기가 눈길을 끄는 마음 따뜻한 영화다.

 

♦︎ 그들만의 월드컵(감독 배리 스콜닉, 2002)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축구 스타 대니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급기야 음주운전에 경관 구타로 감옥에 가게 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감옥에서 간수로부터 축구팀을 훈련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따돌림을 피할 수 있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그것은 간수 대 죄수 축구 시합을 벌여 죄수들이 이기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오합지졸.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유쾌한 코미디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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