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리’(감독 이호재)가 오는 27일 개봉한다. 영화는 딸 유주(채수빈)의 실종 이후 10년 동안 전국을 헤매던 해관(이성민)이 지구에 떨어진 인공지능 로봇 ‘소리’를 만나 딸을 찾기 위한 동행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봇, 소리’가 최근 한국영화들 가운데 신선도 지수를 높이는 이유 네가지.

 

 

 

하나. 낯선 소재 로봇

할리우드 SF영화, 국내 만화영화가 아님에도 로봇이 소재다. 인공지능 로봇 소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한다. 인간들이 그를 불법 도청과 전쟁의 도구로 이용하자 스스로 자신의 기능을 폐기처분한다. 목표를 위해 지구에 불시착한 뒤 실종된 딸을 찾는 한 아버지를 돕는다. 기능적 오브제가 아닌 주역으로써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제작진은 6개월의 제작 기간, 억대의 제작비를 들여 구동형 로봇 소리를 만들어냈다.

 

 

 

2. 다양한 장르의 혼합

‘로봇, 소리’는 부성애를 다룬 휴머니즘 영화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사를 통해 접한 작품은 무척이나 다갈래 이야기를 품는다. 반전과 평화, 교감과 소통, 재난, 부성애, 우주과학, 한미 정보당국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자칫 혼란스러울 법한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나가며 소리와 해관의 휴먼 드라마를 완성하는 힘은 신선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출력이다.

 

셋. 대구 지하철 참사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그날의 상흔으로 인해 지금까지 국내 영화에서 제대로 다뤄져본 적 없는 사건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효과적으로 극에 흡수돼 큰 울림을 던진다. 소재주의적 재난영화에서 진일보한 접근 방식으로 여겨진다.

 

 

 

 

넷. 인간과 로봇 ‘케미’

남성 투톱 영화가 티켓파워를 발휘하는 충무로 트렌드에서 ‘로봇, 소리’는 인간(이성민)과 로봇(소리)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서민적 페이소스 짙은 이성민의 연기와 귀여우면서도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는 어떤 페어 못지않은 훌륭한 호흡을 일궈낸다. 소리의 목소리 연기는 여배우 심은경이 후시 녹음으로 맡아 로봇에 인간미를 채색한다. 현장에는 3대의 소리가 동원되는가 하면, 튜 샷 촬영에선 보이스 액터가 소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이성민과 최상의 앙상블을 이뤘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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