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리얼 예능’에 등장하고 있는데,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보다 더 로맨틱하다. 처한 상황도, 하는 행동도 ‘순정’ 그 자체인 ‘현실 멜로남’들이 여성 시청자들의 응원 속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순정남’들에게 “방송이니까 가능하지”라고 쓴소리만 날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나이 차나 싱글맘 아내와의 결혼생활 등 남들과 조금 다른 상황의 로맨스인데도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은 나름의 ‘현실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도 이혼 뒤 자녀를 둔 배우자와의 결혼이나 많은 나이차, 국적 등의 장애물을 넘은 사례가 많아져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현실의 만만찮은 장벽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을 ‘순정’으로 극복해 가는 이 남자들의 스토리는 드라마 못지 않게 극적이다. 리얼 예능 속 ‘현실남’들임에도 드라마 남자주인공 못지 않은 ‘진격의 순정남’들을 만나보자. 

 

★현실 속 서준희? 류필립

사진=KBS2

가수 미나와 배우 류필립이 17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연인 관계가 되고 결혼까지 골인했다는 이슈는 상당히 오랫동안 그저 ‘놀라운 가십’에 불과했다. 하지만 KBS2 ‘살림하는 남자들2’를 통해 류필립의 남다른 가정사와 아픔이 공개된 뒤에는 이들 부부를 그저 가십의 대상으로만 여기기 어려워졌다. 

어머니와 누나, 자신을 등지고 미국으로 가 새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보며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류필립은 아버지와 달리 한 여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라며 순정을 불태우고 있다. 상황은 다소 다르다 해도 최근 인기를 모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서준희(정해인)가 떠오르는 가정 사정이다. 

이런 그의 꿈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 미나가 17살이나 많다는 것쯤은 별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라마 못지 않은 로맨틱함을 선사한다. 사연 있는 남자답게 아직 청춘임에도 슬퍼 보이는 눈망울과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분위기는 그에게 매력을 더한다. 

 

★싱글맘 아내에 일편단심, 강경준

사진=SBS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의 장신영-강경준 부부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부부들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였다. 일단 결혼하지 않은 연인 관계인 상태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결혼 과정을 보여준 끝에 가정을 꾸렸다. 또한 장신영은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이 있는 ‘싱글맘’이었다. 

이들은 2013년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뒤 공식 연인 관계가 됐는데,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결별 소식 없이 사랑을 이어오다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강경준이 보여주는 장신영에 대한 일편단심 사랑과, 장신영의 아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아빠 역할을 하는 모습은 ‘현실 속 판타지’로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과 흐뭇함을 함께 선사했다. 

두 사람의 사례처럼 이미 첫 결혼에서 얻은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집안의 반대와 주변의 우려를 넘어 ‘둘이 아닌 셋이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장신영-강경준 부부의 용기는 따뜻한 갈채를 받았다. 

 

★’눈물의 왕자’ 아내바라기 정대세

사진=SBS

한국 국적임에도 일본에 거주하며, 북한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던 재일교포 3세 축구선수 정대세는 SBS ‘동상이몽2’를 통해 무심하지만 속은 ‘아내바라기’인 현실 남편의 모습을 보여줬다. 스튜어디스 출신 아내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둔 정대세는 그저 달콤하기만 한 남자는 아니다. 가족과의 일상에 때론 피곤해 하기도 하고, ‘결혼은 무덤이다’라는 폭탄 발언(?)을 날리며 “아내와 각자 다른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모습이 평범한 엄마, 아빠들에게는 오히려 “저 집도 저렇네”라는 공감을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그런 점을 인정하면서도 속마음은 오직 아내와 아이들 생각뿐인 정대세는 가족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감동하고 기뻐하는 ‘섬세남’이기도 하다. 

스튜디오에 등장하면 장신영-강경준, 추자현-우효광 등 다른 부부들의 감동 사연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쏟으며 감동하는 솔직한 감정 표현 역시 그의 ‘순정남’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거친 야생마 같은 외모와 달리 일편단심 아내바라기인 정대세의 순정 역시 드라마 남자주인공들 못지 않은 반전이다. 

 

★’잠적’의 기억 안은 사랑꾼 남편 진화

사진=TV조선

TV조선 예능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는 미나-류필립 부부보다 더 많은 나이 차이가 나는 데다 한중 국제 커플인 함소원-진화 부부가 등장한다. 이들은 최근 자연 임신에 성공해 예비 부모가 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함소원과 진화는 두 명 다 셀럽인 데다 국제 커플이어서 ‘남다른’ 연상연하 결혼 역시 별 무리 없었을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과 달리, 험난했던 연애사를 풀어놓으며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진리를 전해준다. 

18세 나이 차이를 처음엔 몰랐던 진화가 사실을 알고 난 뒤 이틀 동안 잠적했다가 고민 끝에 다시 나타났다는 비화나, 함소원이 임신에 대비해 난자 냉동을 해 둔 이야기 등은 최근 사회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오랜 비혼과 늦은 결혼, 많은 나이 차가 나는 연애를 할 때 생각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적해 준다. 물론 20대의 혈기왕성한 남편 진화와 이에 비해 체력이 딸리는 40대 아내 함소원의 애정 행각은 역시 ‘리얼예능’임에도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덤으로 선사한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